겨울나그네 2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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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는 결국 물건을 접선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을 속이려는 상대를 칼로 찔러 상해를 입히게 되고, 서울로 도망친 민우는 잠깐 다혜를 만나지만, 순수한 다혜와 같지 않게 더러워진 자신의 상태를 용서하지 못한 채 자수한다. 하지만 두 번째 출소한 후 찾아간 다혜의 집은 이미 이사 간 상태였고, 처음 자신의 본가가 어딘지도 모르게 떠난 것처럼 또 한 번 상처를 입고 다시 이모가 있는 ‘나이아가라’술집으로 돌아간다.

민우는 그곳에서 이미 자신의 아들을 낳은 제니와 함께 생활한다. 현태와 다혜가 민우를 찾았을 때는 이미 한 가정을 이루고 폐인처럼 살아가는 민우였고, 이미 예전의 민우로 돌려놓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운명 같았던 민우와 다혜가 아닌 현태와 다혜가 결혼하게 되고, 5년 후 그들은 민우의 뜻밖의 죽음을 알게 되며 그를 찾아가게 된다.


고도로 성장했던 한국의 1980년대, 순수했던 한 남자의 영혼은 자리를 차지 할 수 없었던 시대였을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80년대는 산업발전은 있었지만, 그만큼 한 개인의 개성보다 단체를 위해 나라를 위해 많은 것들이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며 무시되었던 사회이기도 하다.

아마 현태는 조금 일찍 그런걸 느꼈기에 학창시절을 방황했지만, 곧 중산층이 가야 할 길을 걸었고, 반면 민우는 개별적 개인의 고통이 무시되는 사회, 사회가 그런 곳에 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 시대의 순수를 대변하는지도 모르겠다.

현태가 민우를 ‘피리 부는 소년’으로 부른다거나 다혜를 하나의 선으로 보고 순수, 순백을 강조하는 구도라든가 민우가 자신의 처지를 다혜에게 다가갈 수 없는 어떤 죄로 인식하는 내용들은 조금 고루한 생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때는 그랬지라는 느낌으로 다 이해하고 읽게 된다. 결국 민우가 순수청년에서 거친 남성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닌, 참 선택 잘 못하는 못난 남자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건 1980년대의 사고가 아닌 2020년 대의 사고로 인물들을 보는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다 읽고 곰곰 생각해 보면 단순히 한 남자의 저항할 줄 모르고 꺽기는 한 인물의 이야기가 지나간 '그때 우리 기쁜 젊은 날'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물들의 여정이나 말투들이 지금의 글과 많이 다른데도 다음 이야기가 계속 궁금해지는 이유는 어쩌면 바보 같은 그들의 ‘착함’이 다시 찾고 싶은 옛날 그때의 '순수'에 대한 향수는 아닐런지...

한편의 아름다운 뮤직비디오, 순정만화를 글로 읽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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