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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그네 1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2월
평점 :
1986년 영화화되어 큰 성공을 거두고, 드라마와 뮤지컬로도 제작되기도 했던 이 소설은 2013년 작고한 베스트셀러 작가 최인호 작가가 1984년 동아일보에 1년간 연재했던 소설이다.
오늘날 청춘소설의 대명사처럼 느껴지는 인물의 구도와 사고를 동반한 운명 같은 첫 만남은 지금도 버전을 달리해 쓰이고 있는듯하다. 예쁘고 착하지만 병약한 여학생 다혜, 그녀와 외모와 실력에 버금가는 순수청년 민우, 그리고 마초 분위기 물씬 풍기는 친구 현태의 이야기다.
병약해서 일 년간 휴학하고 다시 찾은 학교에서 다혜는 교실로 서두르며 걷다가 민우의 자전거와 부딪히지만, 도망치듯 그곳을 벗어난다. 민우는 다혜가 흘린 손수건과 수첩을 되돌려 주기 위해 진찰권에 있는 주소로 찾아가 돌려준다. 그 과정에서 민우는 그녀를 만났던 사건이 계속 떠오르고, 마침내 그에게 첫사랑이 찾아왔다.
“네 첫사랑을 축하한다. 하지만 잊지 마라. [독일인의 사랑]에 이런 말이 나오지. ‘사랑하는 사람을 너무 높게 보면 비극이 옵니다’”.
하지만 민우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고, 아픈 아버지 병실에 찾아온 채무자를 폭행한 죄로 고소당한 민우는 몸을 숨기지만, 결국 몇 달간 구치소에 있게 되고, 아버지의 사망과 함께 본가는 그를 외면한 채 어디론가 이사를 가버린 후였다. 결국 미군을 상대로 한 술집을 운영하는 이모를 찾아가 기거하게 된다.
소년 같은 도련님에서 텍사스 촌에서 술집 매니저로, 미군의 PX 물건을 빼돌리며 살며 세상 풍파 속에서 어느덧 거친 남자가 되어간다. 자신을 사모하는 제니의 당돌한 구애에 그녀와 동거를 시작하지만 민우의 마음은 다혜를 향한 마음과 그녀에게 갈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허하고 또 허하기만 하다.
눈이 유독 자주 내리는 요즘 [겨울 나그네]는 있고 지냈던 청춘시절로 나를 안내하는 책이었다.
남자가 쓴 로맨스 소설이라서 그런지 다혜의 심리 상황이 잘 묘사되지 않는 점이 있지만, 80년대의 서울과 사람들의 생활 모습이 지금과 사뭇 다른 모습 때문에 심리적으로 더 오랜 이야기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 왜 날 원하지?”
“... 눈 때문에요. 민우 씨의 눈을 보면 슬퍼져요. 민우 씨에겐 나 같은 여자가 있어야 해요.” P392
“예뻐”
감정 없는 목소리로 민우는 대답했다.
“그녀는 우아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러나 그녀가 놀라울 정도로 변신해서 아름답게 보인다 해도 아무 소용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그녀가 악마처럼 보인다고 해도 그것 역시 상관없는 일이었으므로. p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