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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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같은 플롯을 지닌 책!’이라는 책의 문구가 책에 대한 호감을 자극하는 책이다.

곧 전쟁이 시작될 것 같은 시간이 오래되면서 사람들도 어쩌면 지쳐가던 1940년 4월 6일이 시간적 배경이다. 학교 선생님으로 일하지만 오랫동안 주말마다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는 루이즈가 어느 날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말없이 음식을 먹고 가던 일명 [의사 선생]으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혼자 살기에 너무나 커다란 집을 소유하고, 교사로 재직하던 루이즈는 왜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는지 모르지만, 그녀가 겪은 소설의 전반부는 상상이상 기대감으로 가득하게 만들었다.

역시 전직 교사였지만, 자원입대해서 지루한 군 복무를 하고 있는 가브리엘은 라울 랑드 라드 무리의 비열한 짓에 힘든 나날을 보내는데, 그런 그가 어쩌다 보니 가장 경멸하는 인물과 탈영병이 되어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미스터리한 남자 데지레 미고는 교사였고, 비행기 조종사였고, 변호사였지만 지금은 튀르키예어뿐 아니라 아시아 변방의 언어까지 할 줄 아는 정부기관 소속 공보관이다. 그가 실제 실력이 엄청난 것이 아닌, 사기 캐릭터로서의 역할인데, 영화 속 인물처럼 말도 안되는 상황을 잘도 빠져나가는 비현실적 인물과 상황이 코믹스러움의 묘사였을 텐데, 웃음 코드가 나와 맞지 않았던 부분이다.

인물들의 초반 기대에 찬 등장에 비해 진척 없는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드디어 전쟁이 터지고, 프랑스와 각각의 인물들은 진짜 전쟁 속에 있게 된다. 세 인물의 이야기가 교차해서 길게 나오고 후반부에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이야기 구조이다.

부유한 이들의 탈출은 이미 며칠 전에 끝났고, 지금은 그렇지 못한 이들이 군복 차림의 병사, 농부, 민간인, 장애인 들이 뒤섞인 잡다한 무리를 이루어 힘겹게 걷고 있었다. 한 시청 차량에 탄 어느 유곽의 매춘부들, 그리고 양 세 마리를 몰고 가는 목동 등 도로 위엔 그야말로 온 백성이 모여 있었다.

갈가리 찢기고 버려진 이 나라의 모습 자체인 이 피란민의 물결 속에서 자동차는 천천히 덜컹거렸다. 어디에나 얼굴들, 얼굴들이었다. 어떤 거대한 장례 행렬 같았고 루이즈는 생각했다. 우리의 슬픔과 우리의 패배의 가혹한 거울이 된 거대한 장례 행렬이었다.

p.458-459


1940년 세계 2차 대전이라는 비극적인 상황에서의 프랑스에서의 인물들의 이야기는 2023년에도 어디선가 일어나는 전쟁의 비극에 놓인 평범한 인물들을 떠올리게 된다. 나름의 일상을 살고 있겠지만, 전쟁이라는 큰 파도 속에서 어쩌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서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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