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반쪽사 - 과학은 어떻게 패권을 움직이고 불편한 역사를 만들었는가
제임스 포스켓 지음, 김아림 옮김 / 블랙피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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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과학은 서양의 것이고, 고대 과학은 동양 것이라는 믿음은 단지 서양 사람들만의 생각이 아니다. 아시아와 중동의 문명이 중세 이후로 쇠퇴했고 그런 이유로 근대화가 필요했는데, 그 근대화의 산물인 서양의 과학이 전 세계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믿음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그래서 15세기 무렵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계사의 주요 전환점 네 시기를 통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과학사를 재조명하고자 한다고 저자는 [과학의 반쪽사]의 집필 이유를 밝혔다.

신대륙은 유럽인들에게 그동안 알고 있었던 지식에 새로운 보고였다. 신기한 동식물이 신부, 의사, 탐험가들과 그들이 고용한 토착민의 도움을 받아 기록되었고, 책으로 출간되었다. 동식물뿐 아니라 유럽인들에게 낯선 토착민들 역시 유럽으로 공수되었고, 자연사를 연구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인류에 대해 연구하기에 이르렀다. 많은 종류의 약초나 의학 관련 서적들을 비롯해 지도 제작의 대부분이 토착민들의 기존 정보들이었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하나의 텍스트를 다른 텍스트로 바꾸었을 뿐이고 그것은 결국 식민지 정복자의 작품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1519년 스페인의 에르난 코르테스가 도착해 압도되었던 아즈텍 제국은 이미 경이로운 도시였는데, 그는 아즈텍의 많은 것들을 빼앗아 유럽으로 공수하고는 제국의 모든 것을 철저히 파괴해버렸다.

유럽의 자연과학자들과 약제사들은 곧 이국적인 동식물을 방대한 규모로 수집했다. 이들은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나 마드리드의 스페인 국왕 같은 부유한 후원자들의 지원을 받아 신대륙에서 온 물건과 동식물 표본으로 유럽 박물관을 가득 채웠다

p.48


 

유럽 천문학자들은 오랫동안 아랍어 자료에 의존해 왔다. 1543년 코페르니쿠스가 천동설을 주장하며 과학 혁명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는 원래 2세기에 이집트에서 저술한 [알마게스트]에서 많은 부분을 빌려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스만제국이 이스탄불을 정복한 이후로 유럽에 퍼져나갔고, 이는 실크로드와 같은 전 세계 문화교류를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인도 등에도 같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코페르니쿠스를 단독으로 과학 혁명을 주도한 외로운 천재라고 여기기보다는, 전 세계 문화 교류를 아우르는 훨씬 더 넓은 이야기의 일부로 생각해야 한다

p.92

이후 유럽 제국의 팽창은 다양한 과학 문화를 맞닿게 했고 아시아에서 자연사가 발달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제국이 없었다면 아이작 뉴턴은 노예무역상들이 항해하면서 관측한 결과에 의존해 운동 법칙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제국이 없었다면 칼폰 린네는 생물학적 분류 체계를 발전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체계 역시 유럽의 제국들이 팽창하는 동안 아시아와 아메리카에서 수집한 식물 정보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p. 226

15세기의 아메리카 대륙 식민화와 16-17세기의 무역과 종교 네트워크, 18세기의 노예무역과 19세기의 자본주의와 민족주의 그리고 20세기의 이데올로기는 각기 현대 과학의 발전의 형성 시기였다.

오늘날의 과학은 세계화와 민족주의의 관계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AI와 우주의 시대가 밝아오는 21세기에 빈익빈 부익부의 격차는 개인 간 나라 간 더 벌어지고 있는데, 저자가 강조한 것처럼 유럽 한 쪽의 르네상스로 인해 전 인류가 그 혜택을 누렸던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문화 교류를 통해 각자의 분야를 발전시킨 것처럼, 초강대국들 간의 힘겨루기 와중에 지구 안에 마치 미국과 중국만 존재하는 것과 같은 미래는 희망이 없을 것이다.

과거의 과학혁명에서 다른 세계의 대부분을 제외하지 않는 사고야말로 전 세계가 과학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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