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 그 모든 우연이 모여 오늘이 탄생했다.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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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아무 규칙이 없는 것과 계획하지 않았던 일이 우리에게 우연으로 다가오는 것 두 가지로 받아들인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떤 사람이 자전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마침 자전거를 탄 사람이 지나가는 걸 보고 신기해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람은 그곳은 평소에도 자전거를 탄 사람이 자주 지나가는 곳이므로 그저 우연이라고 받아들인 경우의 예가 그것이다.


확률로는 개별 사건을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모든 도박은 단순화된 인생의 모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도박이 우연의 행운을 바라는 것처럼 로또 당첨도 우연의 행운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누군가는 반드시 로또에 당첨되지만 우리는 운명이라고 말하지 않고 행운이라고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살면서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월등히 높다. 잭팟을 터뜨릴 확률이 1억 4000만 분의 1이지만 매주 누군가는 당첨되고 우리는 별로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머리 두 개를 가지고 태어난 기형 송아지를 로또 당첨자보다 더 놀라워한다. 확률은 로또 당첨보다 더 낮은데도 말이다.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닐스 보어도 집 현관에 행운의 상징인 말편자를 걸어놓았다고 하는데, 그는 “그것은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도움을 준다‘라고 말한다고 한다. 기도나 부적이 설려 도움이 안 될지라도 손해 볼 것 없기 때문이라지만, 인간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걱정을 더 많이 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우연에 상반된 감정을 느낀다. 일이 의도치 않게 딱딱 맞아떨어져 좋은 일이 생기면 좋지만,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불확실함은 스트레스다.

두려움 반 희망 반일 경우 두려움에 더 무게가 실린다. 객관적으로 마음을 놓을 이유가 더 많을 때에도 걱정이 앞선다. 자연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

p.26


 

유리가 깨지면 똑같은 형태로 깨지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다른 것처럼 한 사건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여러 변수의 작용에 의해서일 것이다.

우리가 첫인상을 믿는 이유는 무의식중에 상대방의 객관적 특성이 아닌 그 사람이 나와 잘 맞는지에 대해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내게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면 이 모든 것이 우연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무언가 우리가 이어질 운명이었고, 그래야만 했던 일들이 의미 있게 이루어졌노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존재가 우연 덕분이고, 모든 장면을 아는 영화가 재미없는 것처럼 우연이 없는 삶은 죽도록 지루할 것이다.

독일인의 절반이 신의 섭리를 믿는다고 말한다. 신의 숨겨진 계획을 믿는 사람은 대부분 자신에게 특별한 직관이 있으며 다른 사람보다 민감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할 뿐 은연중 미신을 믿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진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면 의기소침해지고 주눅 들기 쉬우므로 이렇게 자신을 속이는 것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꿈이 맞을 확률은 대략 1만 분의 1 정도로 추정되는데 대부분 가슴에 담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꿈을 꾸고, 그들과 어떤 일을 겪거나 상황을 보게 되는데 우연히 명중할 확률은 낮게 잡아도 20년간 꾸는 꿈이 최소 한 번은 맞을 확률이 50%가 넘는다고 한다.


질서를 좋아하고 우연을 불신하는 좌뇌가 우리가 우연을 부정하도록 만드는데 좌뇌는 끊임없이 그럴듯한 연관을 고안하면서 불확실함을 몰아내고자 한다. 우뇌는 창의적이면서도 더 어두운데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두려워하게 한다고 하므로 초자연적인 것을 믿고 우연의 의미를 거부하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마리아 릴케는 ’모든 날은 의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의미는 우연에서가 아닌 나에게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동화가 필요한 아이들, 신화가 필요한 어른들에게 세상이 우연이라고 말하는 것은 잔인하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세상은 우연하게 돌아가고, 우연의 결과가 지금의 나라고 믿고 있었는데, 인간이 우연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디자인된 동물이라는 사실을 절감하면서도 그래서 더 좋은 세상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나 어떤 불행한 사건의 희생자나 노력으로 거둔 성공에 대해 우리는 우연보다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고, 그것이 더 사회를 건전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세계가 온통 우연이니 언제 닥칠지 모를 행운과 불행의 한가 운데 놓여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신의 존재를 믿거나 믿지 않거나, 자신의 존재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렇지 않거나 그 자체는 자신의 삶의 철학을 따라가면 될 것이다.

우연은 우리에게 신중함을 가르쳐 준다. 이것이 바로 우연이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우연은 현재에 민감하게 만든다. 현재야말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아니던가? 우연에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은 생동감 있게 살아가는 것이다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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