슌킨 이야기 에디터스 컬렉션 14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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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자키 준이치로(1886-1965)는 1910년 [문신]을 발표 후 문단의 스타로 떠오른 관능적인 탐미파, 악마파 작가로 알려져 있고, 노벨문학상에도 여러 차례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다니자키 자신의 실제 인생 이야기도 참으로 엽기적인 면이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데, 아내의 처제 마쓰코에게 반해서 아내를 친구에게 ‘양도’하고, 마침내 세 번째에 마쓰코와 결혼하게 되는데, 그와 마쓰코의 관계가 슌킨이야기처러 ‘영구히 충복으로 봉공하는 것은 물론 모든 수입도 마쓰코의 몫으로 한다’라는 서약서를 썼다고 한다.

자연주의가 인생의 추악한 면을 폭로하는 경향이 있다면, 탐미파는 관능미의 추구를 문학의 목표로 삼는 작가들을 말하는데, 그런 만큼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슌킨이야기]에 수록된 소설들을 읽으면서 스토리의 기이함을 느끼게 된다.



 


문신

세이키치는 기량이 뛰어난 문신사이다. 그는 문신을 받는 사람의 고통에 즐거워하는 남모르는 쾌락을 느끼고 있는데, 그의 오랜 숙원은 미녀의 빛나는 피부에 자신의 혼을 실은 작품을 남기는 것이었다. 어느 날 가마의 주렴 밑으로 드러난 새하얀 발을 본 후 한참이 지난 후 자신의 집에 심부름 온 소녀가 그 발의 주인공임을 깨달은 그는 마취주사로 잠들게 한 후 자신의 혼을 담아 거미를 소녀의 등에 그려 넣는다.

슌킨이야기

슌킨은 약종상을 하는 집안의 둘째 딸로 태어났으나 아홉 살에 안질에 걸려 두 눈의 빛을 잃고 말았다. 이후 슌킨은 음악에 재능을 보였는데, 열 다섯경에는 그녀의 기예를 따를 동문이 없었다. 하루마쓰 검교에서 교습을 위해 1킬로를 슌킨의 손을 잡고 데려다주는 일을 사스케가 했는데 까다로움을 넘어 가학적인 슌킨의 시중을 사스케는 기쁜 마음으로 했다.

화장실, 목욕, 음식 시중을 비롯한 하루 24시간의 시중과 함께 사스케는 자신도 샤미센을 연주하게 되고, 슌킨이 기예 학원을 개업하면서 사스케도 점차 제자들을 가르치게 된다. 슌킨이 어느 날 괴한으로부터 얼굴을 다치게 되고, 사스케는 스스로 장님이 되어 슌킨이 누구도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했으면 하는 바람을 지켜준다.

이야기는 화자가 [모즈야 슌킨전]이라는 책을 읽고 슌킨의 이야기를 기술하는 형식인데, 미모와 기예 그리고 꼿꼿한 자존심을 가진 슌킨이라는 아가씨와 그녀를 모시는 사스케의 사랑 이야기가 묘하게 가학적인 형태임에도 흥미롭다.

슌 만약 슌킨이 재앙 때문에 성격이 바뀌었다고 한다면 그런 사람은 더는 슌킨이 아니었다. 그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교만한 슌킨을 사랑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그가 보고 있는 미모의 슌킨은 파괴된다.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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