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평점 :
절판


종교색이 정 반대인 엄마 셀마와 지나치게 합리적인 아버지 멘수르 사이에서 힘들게 10대를 보내던 페리는 아버지의 기대를 안고 옥스퍼드에 입학한다.

부모님의 극단적 종교관에 갇혀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페리는 아주르 교수의 신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해방감을 느꼈고, 동시에 그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이란에서 태어났지만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산 자유로운 영혼 쉬린, 히잡을 쓴 이집트계 미국인 모나 그리고 페리는 기숙사를 나와 쉬린이 마련한 자취방에서 함께 기거하는데, 페리는 나중에야 그것이 아주르 교수의 아이디어이고 쉬린과 아주르 교수가 친밀한 관계라는 사실에 분노한다. 페리는 아주르 교수의 스캔들에 결국 침묵이라는 방법으로 쉬린과 아주르 교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고, 페리는 14년 만에 자신의 침묵에 대한 사과를 한다.


편안한 환경에 젖어 있던 물고기들은 위험한 바다에서 살아남기 힘든 법이니까, 그래도 단 1분이라도 물고기들이 맛본 자유를 아쿠아리움에서 지낸 수많은 세월과 바꾸고 싶어 하지는 않겠지.

p.111

내용은 2016년 파티로 향하는 페리와 페리의 어린 시절과 옥스 포스 시절이 번갈아 가며 긴장감을 더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너네 나라는 이슬람이고 문화적으로 미성숙했기 때문에 유럽의 일원이 될 수 없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유럽의 시선에 딱히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는 현실을 그녀는 매일 실감한다.

그런 만큼 이스탄불은 한없이 화려한 명품, 언제나 넘치는 차들 가운데, 구걸하는 거지 와 도둑이 공존하는 나라, 화려한 의상과 파티, 정치와 축구를 논하지만 튀르키에는 자유와 민족주의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모습이다.

세계는 2016년을 살고 있고, 외향의 모습도 2천 년대를 살지만 남성들의 사고는 6-70년대에 머물러 있는 튀르키에의 모습에서 페리가 얼마나 숨 막힌 삶을 사는지, 그녀의 현재의 삶은 아쿠라이움에서 한때의 바다를 헤엄쳤던 기억을 가진 물고기와 같다.

저자는 이슬람문화가 가진 부정할 수 없는 여성차별과 튀르키 사회의 뿌리 깊은 권위주의, 성차별, 독재, 가부장제, 사회혼란에 대한 문제를 극단적 종교 대립을 하는 엄마와 아빠, 쉬린과 모나를 통해 어디서부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독자에게 묻고 있다.

아주르 교수가 신에 대해 객관적 사고를 아무리 강조해도, 자신의 종교 안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사랑과 화해 대신 불신과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적 종교의 한계를 느낀다. 히잡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이슬람에 대한 편견에 매일 싸워야 했던 모나의 울분에도 불구하고, 이슬람사회가 소수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그들은 왜 변하려고 하지 않는지 토로하는 이란에서 살수 없어 가족이 떠나와야만 했던 쉬린의 분노도 다 같이 생각해 봐야 하는 대목이었다.

페리는 라주르교수에게 지난날을 사과하며 사랑도 신앙과 같다고 말한다. 너무 집착하고 우상화한 결과가 자신이 한 실수였음을 고백한다.




‘한 발을 유럽의 대문에 걸쳐 두고, 들어가 보려고 온 힘을 다해 밀어붙여 보아도 될 만큼 유럽은 지척에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고개를 숙이고 몸을 굽혀도 들어갈 수 없을 만큼 그 문은 좁기만 했다. 유럽은 끊임없이 코앞에서 문을 걸어 잠갔다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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