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 -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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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라는 작품을 본 적이 있다. 영수증과 입던 옷, 대량의 신문과 현상하지 않은 사진까지 병적인 수집을 했지만,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 비비안 마이어라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저자인 앤 마크스도 그 다큐멘터리를 보고 그녀가 궁금해 그녀의 일생을 쫓아 인터뷰를 하며 자료를 수집해 비비안 마이어에 대한 전기를 썼다고 한다.


비비안 마이어(1926 ~ 2009)는 이기적인 어머니, 알코올 중동인 아버지, 조현병인 오빠가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싶지 않아 누구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평생을 보모로 일했지만, 그녀를 고용했던 사람들이 비비안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고, 심지어 이름도 속였던 걸 보면 그녀는 나중에라도 자신의 행적을 가족이 찾길 원치 않았던 듯하다.

남아있는 자료에 각각 다른 이름으로 기록되고, 그녀를 알고 지낸 지인도 비비안에 대해선 거의 모르는 상태여서 작가는 정말 많은 수고를 하며 비비안 마이어를 찾았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조부모 그리고 오빠인 칼에 대해서는 물론 당사자인 비비안 마이어에 대해서 여전히 갈증이 이는 이유가 있는데, 특히 남자들에 대해 적대적이고, 173센티의 키에 중성적이고 보수적인 옷차림에 퉁명스럽고 심각한 저장장애를 앓고 있었던 그녀의 성격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이 책을 읽고도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비비안 마이어는 어린 시절에 잠깐 어머니 마리와 함께 프랑스에 거주한 적이 있고, 자신의 초기 사진 작품을 프랑스의 친척들과 있으면서 많이 찍었다고 한다. 그녀의 사진은 인종, 빈부를 가리지 않았고, 건물, 쓰레기통이나 인형 그리고 낙서들과 신문 등 많은 종류를 찍었다. 나는 특히 비비안의 자화상 사진을 좋아하는데, 그림자로 비추어진 자신이나 카메라를 들고 있는 무표정한 자신의 사진 등 자화상 사진이 600장 이상이었다고 한다. 비비안은 사진 말고도 영상과 음성파일도 남겼고, 특히 신문이나 책, 일간지, 사진 관련 물품 등을 보관하기 위해 창고를 빌리느라 가진 돈을 다 써버리기까지 했다는데, 그녀가 모았던 창고의 신문 등 자료들이 8톤에 이른다고 하니 그녀의 저장장애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하게 한다.


비비안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재빠르게 다른 곳으로 전환하고, 신체 접촉을 공공연하게 혐오하는 비밀스러운 사람이었다.

p.114




자신의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신문 하나라도 없어지면 불같이 화를 냈던 그녀였지만, 1956년 겐스 버그 가족의 3형제의 보모로 11년간 근무하면서 다른 고용인과 다르게 잘 지낸 것으로 보인다. 그 기간 동안 그녀는 6개월간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탐험하며 많은 사진을 찍기도 했다. 말년에는 겐스 버그 형제들에게 도움을 구해서 로저스 파크에 아파트를 마련하기도 했는데, 그들은 비비안의 장례도 치러주었다고 한다.



무례하게 타인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모습, 남성용 코트와 닳아질 때까지 신었던 신발, 수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대부분 현상하지 않았던 그녀의 사진들과 자신의 물건에 대한 집착, 때로는 아이에 대한 채벌과 비사교성으로 대부분의 고용인은 그녀를 좋게 기억하지 않는다. 그녀가 대단한 사진작가인지는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제대로된 가족의 힘이 있었다면 예술가로서 교육도 받고 자신감 있는 여성으로서 살아갈수도 있었을 텐데하는 안타까움이 깊게 남는다.

[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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