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에디터스 컬렉션 1
조지 오웰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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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그린 미래의 통제 사회인 1984년은 암담하다. 빅 브라더의 사진과 감시가 가능한 텔레스크린, 곳곳에 숨겨진 도청장치는 눈에 보이는 감시일 뿐 일반인 속에 숨어있는 사상경찰이나 충성스러운 타인은 더 고도화된 감시 시스템이다.

‘과거를 통제하는 자가 미래를 통제한다. 현재를 통제하는 자가 과거를 통제한다’

1984년 4월 4일, 윈스턴은 몰래 구입한 노트에 펜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실제 전쟁은 하고 있는지, 반체제라는 단체는 있기나 한 건지, 당원으로 현재에 맞춰 과거를 고치는 일을 하는 그가 진실에 대해 궁금해하다 일기에 욕지기라도 써야 할 것 같은 생각에서 일기를 쓰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당원인 줄리아로부터 ‘사랑해요’라는 쪽지를 받으면서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지만 그들의 밀회는 오래가지 못하고 체포되고 만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뭔가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면 후대에는 세상이 달라질 거라 믿었지만 고문의 고통 앞에서 그는 그들이 무엇을 원하던 먼저 대답할 준비가 되는 무력함을 느낀다.

마음과 함께 육체가 사람의 모습이 아닌 만큼 고통받고, 그의 생각마저 자유로운 의지를 버릴 때쯤에야 그는 풀려난다. 그리고 그는 빅브라더의 사진을 보며 이제는 그를 의심 없이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느낀다.



조지 오웰은 인도총독부 관리의 아들로 태어나 일찍이 인도에서 영국이 저지르는 만행에 분노하며 파리에서 노숙을 하며 지내기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 책을 1949년에 발표하고 1950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2차대전 당시 독일의 나치와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의 전체주의 사상, 러시아와 중국의 공산주의를 보고 멀지 않은 미래를 이렇게 암울하게 그렸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조지 오웰이 그린 1984년의 영국 사회주의는 빅브라더라는 거대한 권력보다 이성은 제쳐두고 당의 명령에 맹목적이고 무지한 당원들과 일반 사람에 대한 고발로 느껴지는 면도 있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뭔가를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 하지만 여기저기서 작은 저항의 몸짓이 튀어나오는 걸 상상할 수는 있지. 소수의 사람들이 한데 뭉쳐서 점점 수를 늘려가고, 심지어 몇 가지 기록도 남겨두는 거야, 다음 세대가 그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난 다음 세대는 관심 없어요. 내가 관심 있는 건 우리에요.’

p.237


현재에 맞춰 과거를 고치고 무의식적으로 뉴스를 받아들이는 일은 1984의 시대에만 있는 건 아니다. 지금의 영웅이 어느 날 비호감으로 바뀌는 순간부터 그의 과거까지 통째로 부정되는 일은 지금도 비일비재하다. 굳이 1984의 시대처럼 회유와 고문을 통해 생각 없이 받아들이라 하지 않아도, 내가 믿고 싶은 것 만 믿는 사람들은 다른 쪽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 건 말할 것도 없다.

군중의 분노가 수시로 끓어올라 수천 명의 목에서 야생의 짐승 같은 함성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바람에 연사의 목소리가 묻혔다. 누구보다 사납게 고함을 질러대는 것은 아이들이었다. - 증오는 조금 전과 똑같이 이어졌다. 다만 대상이 달라졌을 뿐이다.

p, 277

2050년이면 아니 십중팔구 그전에, 구어에 대한 진정한 지식은 모두 사라질 거야. 과거의 문학작품도 모두 파괴될 거고, 초서, 셰익스피어, 밀턴, 바이런... 이런 사람들의 작품은 오로지 신어 버전으로 만 존재할 거야. 단순히 다른 형태로 바뀌는데 그치지 않고, 예 저의 작품과는 사실상 모순되는 것으로 변해 있겠지..- 자유라는 개념이 사라진 뒤에 ‘자유는 예속’이라는 구호를 유지할 수는 없잖아, 생각의 환경 자체가 지금과는 다를 거야, 아니, 사실 생각이 존재하지 않겠지.

p.87

디스토피아 소설을 좋아하는 편인데, 조지 오웰이 그린 1984년은 참으로 암담하다. 순교자는 대중의 분노와 더 빠른 확산을 낳고, 무조건적인 숙청 또한 또한 반체제를 만든다는 걸 아는 지금의 빅브라더 체제는 사람들의 생각까지 바꾸어 놓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그래서 더 이상의 희망이라는 것을 다음 세대에서도 바랄 수 없는 상태의 세상이 조지 오웰이 보는 1984년의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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