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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속에 수많은 감정들이 있지만 그것들을 표현하는 단어와 문장은 매우 한정된 것 같다. 예를 들면 흔히 좋거나 기쁠 때, 놀랍거나 대단하다고 생각될 때 '대박'이라는 단어를 외치고 어이없거나 허무할 때, 황당하거나 무언가 못마땅할 때 '헐'이라는 단어를 쓰고는 한다. 당시의 감정을 유행어라는 짧은 단어에 함축시켜 각기 다른 상황에서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짧고 굵어서 임팩트 있고 편하게 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말들을 자주 사용하다 보면 자신의 다양한 감정을 구분하고 섬세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표현이 서툰 어린아이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많다. 10년 동안 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느낀 점은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에 대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논술 수업시간에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몰라요'라고 대답한다. (대답하기 귀찮아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정말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렇다 보니 상대방의 감정을 읽는 것 또한 매우 단편적이고 모 아니면 도인 경우가 많았다. 나는 그 점이 항상 안타까웠다. 좀 더 다채로운 표현을 안다면 내면에 뒤엉켜있는 감정들을 하나씩 풀어서 자신과 대면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 하나의 감정 표현을 놓고 '너는 어떨 때 그랬니?'하고 이야기하며 짧은 글짓기도 하면 좋을 것 같다. 가족들과 함께 하다 보면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왠지 화목한 가정이 될 것 같은 훈훈한 기분이 든다. 우리 가족에게는 아직 아이가 없지만 이 책을 읽은 내내 그런 생각을 하며 읽었다. 도란도란 앉아 이 책을 펼치고 아이와 함께 웃으며 이야기할 그날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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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한 줄 평: 실습을 끝나고 읽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마지막 장까지 손에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독자를 사로잡는 스토리가 인상적인 책이다.

첫 장 프롤로그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나에게는 아몬드가 하나 있다.


제목도 <아몬드>인 것처럼 아몬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증을 갖게 하는 문장이었다. 누구나 가지고는 있지만 그것을 느낄 수 없는, 상투적인 표현으로 공기처럼 볼 수도 맡을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귀중한 존재임을 누구나 인정하는, 그러한 무언가가 아몬드일 것 같다는 추측을 하면서 그 숨겨진 의미를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뒷장을 넘기면 이 이야기의 화자가 등장한다. 자신을 스스로 괴물이라 부르는 이 독특한 화자는 또 다른 괴물과 만나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그러면서 이야기의 끝은 너도 나도 영원히 알 수 없는 일이므로 비극인지 희극인지를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속에서 나는 이 이야기가 매우 슬플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이 적중한 듯 본문의 첫 문장은 섬뜩했다.

그날 한 명이 다치고 여섯 명이 죽었다.


그날 그 일곱 명 중에 어마와 할멈이 있었고 화자는 언제나처럼, 무표정하게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고 잔잔한 어조로 읊조리고 있었다.

1부는 화자가 어떠한 아이인지 일련의 사건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웃지 않는 아이. 화자의 엄마는 웃지 않는 화자가 걱정되어 큰 병원을 돌며 검사를 받아본다. 그리고 감정을 느끼는 편도체의 이상으로 감정을 느낄 수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감정에 대해 공감하지도 못한다는 검사 결과를 받게 된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눈물을 쏟던 엄마는 그 뒤로 아들을 앉혀놓고 감정에 대해 가르치지 시작했다. 화자의 엄마는 화자가 평범한 삶을 살기를 바랐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는 아이가 되기 위해, 상황을 외워 감정을 표출하는 방법을 공부하게 했다. 반면 그의 할멈은 엄마의 교육에 동참하면서도 '예쁜 괴물'이라는 애칭을 붙일 정도로 화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랑해주는 존재였다. 사랑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끝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엄마의 사랑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보듬어주는 할멈의 사랑 속에서 화자는 행복이라는 공감에서 자랐다. 그러다 사건이 터진 것이다.

2부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 자신의 생일날 외식을 하고 나오던 중 삶을 비관하던 남자에 의해 할멈이 살해되고 엄마는 식물인간이 되고 만다. 한순간 자신의 울타리를 잃어버린 화자는 엄마의 가르침을 더듬으며 엄마가 바랐던 평범한 삶을 계속 살기 위해서 학교를 계속 다니기로 한다. 그 가운데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는 데 집 주인이면서 엄마의 친구였던 심 박사와 화자에게 자신의 아들 역할을 부탁한 윤 교수, 그리고 곤이 등장한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화자의 삶이 조금씩 변하게 된다. 타인에게 전혀 관심이 없던 화자가 곤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화자와 곤의 관계는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고 곤은 화자를 괴롭히며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하고자 했지만 화자에게 그것이 먹힐 리가 없었다. 그러던 중 곤은 화자에 대해 알게 되고 화자의 책방에 드나들면서 서로의 친구가 된다.

여기서 우리는 '곤'이라는 친구를 어디서든 볼 수 있다. 학교 담장 밑에서도 볼 수 있고 뒷골목 어디에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친구들을 불량소년, 문제아라고 낙인을 찍으며 모르는 척 무시하거나 경멸에 찬 눈으로 흘낏 바라볼 뿐이다. 보통은 그럴 것이다. 그러나 화자는 곤의 껍질 속의 모습을 보게 된다. 여전히 타인의 감정을 읽지는 못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 대해 함부로 선입견을 갖거나 재단하지 않는다. 그래서 화자와 곤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화자는 곤이 왜 거친 아이가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자신의 두 손을 끝까지 잡아준 엄마와 할멈이 곤이에게는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환경적인 어려움 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다. 한 부모 가정이거나 다문화가정, 장애인 가정, 미혼모가정,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자녀인 경우가 많다. 물질적인 환경적 요소가 부족한 아이들이 기본적인 생존권과 보호를 받기 위해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한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동들이 단순히 물질적인 것을 제공받기 위해 오는 것은 아니다. 복지사들의 온화한 눈 마주침과 미소, 따뜻한 손길과 마르지 않는 칭찬에 더 목마른 아이들이 많다. 화자와 곤의 차이는 바로 이 차이였을 것이다. 집을 잃은 곤에게 누군가가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주었다면, 아니 집을 되찾게 되었을 때 아버지가 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주었다면 곤은 이렇게까지 세상을 향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3부에서는 '도라'라는 아이가 등장한다. 화자에게 새로운 감정을 가르쳐준 아이. 감정이 없던 화자가 사춘기, 풋사랑을 경험하게 되는 순간이다. 낯선 경험으로 혼란스러워하는 화자가 심 박사와 대화하며 자신의 감정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의식이 없는 엄마를 찾아가 도라의 도움으로 처음으로 엄마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엄마에게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화자가 변화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했던 행동을 통해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빵을 굽던 심 박사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사랑이라는 것은 정말 놀랍다. 그동안 자신의 감정에 대해 무디다 못해 자신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로 치부해왔던 화자가 도라라는 아이를 보며 빠르게 뛰는 심장과 평소와는 다른 이상 행동을 통해 자신의 변화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점차 화자는 타인의 삶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자 한다. 그것은 커다란 변화이면서 희망이기도 하지만 불행이기도 했다.

4부, 인간은 자신에게 내린 사회적 평가에 대해 매우 민감한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어떻게 자신을 판단하느냐에 따라 역할과 행동양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곤 또한 자신에게 기대하는 사회적 평가에 따라 그러한 삶을 살겠다고 화자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며 사라졌다. 그리고 화자는 곤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 곤을 찾아 나선다. 

그 뒷이야기는 밝히지 않겠다. 그러나 화자가 끝부분에 내던진 질문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게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처음엔 할멈을 찌른 남자의 마음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 질문은 점차 다른 쪽으로 옮겨 갔다.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척하는 사람들.
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중량)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타인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나 또한 그러한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못한 일들에 대해 타인의 겪는 아픔과 고통은 내가 진정으로 알지 못하는 미지의 감정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 속에서 울부짖는 아이를 보고도 안타깝다고는 느끼지만 한 발짝 나아가 그들을 도우려고 생각하지는 못한다. 그 이유는 진심으로 그들의 마음을 알 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공감하는 것은 위선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면에서 스스로 편도체 기능을 고장 내거나 멈추어버린 사람들이 타인의 도움에 대해 무관심하게 행동하는 것이 타인의 일에 별로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다는 솔직한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좋게 말해 솔직한 것일 수는 있으나 이는 곧 사회를 병들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회는 공감과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인공심장과 같다. 국가의 정책을 제시하고 운영할 때에도 국민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듯이 타인과의 공감과 이해는 우리 사회를 건전하게 움직이는 태양열 발전소의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모든 경험을 다 해봐야 되는 것일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것은 곧 인성교육과 관련이 있다. 인성교육이라고 하면 단순히 예절을 가르치고 잘못된 행동에 훈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인성교육의 핵심은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이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다.'라는 이 말속에 인성교육의 근본적인 방향이 제시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어느 때보다 나와는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따뜻한 눈길과 손길이 필요한 시기에, 작게는 가족에서부터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 나아가서는 세계 이르기까지 이왕이며 낮은 자리에서 움추리고 있는 이들을 위해 그 소중한 눈길과 손길이 땋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화자와 곤과 같은 아이들이 모든 아이들과 어울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꾸길 희망한다. 이야기의 끝이 희극인지 비극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삶이 희망으로 가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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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우연한 기회에 알라딘 신간 평가단 12기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설마하는 마음으로 신청을 했는데, 서평단으로 활동하게 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직장 동료들에게도 자랑하고 다닐 정도로 나에게는 이 새로운 경험이 6개월 동안 나의 삶을 더욱더 빛나게 해주길 바랐다.

 

신간평가단을 하면서 좋은 점은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선택되었을 때와 생각지도 못한 책이 선택되었는 데 읽어보니 생각보다 좋았을 때의 기쁨이다. 반면에 자신이 선택하지도 않고 자신의 취향과도 맞지 않는 책이 선정되어 읽을 때에는 지옥이 따로없다. 

 

나름대로 4개월 간은 책도 열심히 읽고 생각도 많이 하면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남은 2개월은 책을 열심히 읽었으나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제때 리뷰를 남기지 못해 에세이 서평장 라일락님을 수고스럽게 해드려 무척 죄송했다. 

 

서평단을 활동하면서 평소에 잘 읽지 않았을 책들도 읽어보고 거기서 보석같은 책들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6개월동안의 서평단 활동은 처음 시작할 때의 기대처럼 내게 값진 6개월을 선물해주었다. 무척이나 감사하다. 

 

그럼 마지막으로 6개월동안 함께한 에세이 중 보석같은 5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다섯 권 중 가장 내게 기억에 남았던 책은...

 

  이 책이 기억에 남은 이 이유는 여행을 좋아하고 음식을 사랑하는 내가 작가와 가장 많이 공감하고 소통하며 읽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함께 나누어 먹은 음식을 통해 그때 만났던 사람들을 추억하는 일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 이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마음과 동화되어 추억을 같이 공유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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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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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개인의 취향'이라는 드라마에서 싱글여성들이 게이인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내용에 공감하며 봤던 기억이 있다. 남자이면서도 여자의 마음을 잘 알아주고 거기에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에 대한 조언도 적절히 잘 해줄 수 있는 그런 친구가 곁에 있다면 나의 삶이 조금은 더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다소 이기적인 생각으로 시청했던 기억이 있다.

 

무라카미씨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뜬금없이 게이친구를 떠올린 것은 무라카미씨가 아마도 이런 게이친구의 역할을 대신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엉뚱한 생각일수도 있지만 무라카미씨가 오랫동안 젊은 여성잡지에 꾸준히 연재를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게이스러움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무라카미씨는 게이가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솔직히 무라카미씨의 소설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파격적인 내용에 비해 작가의 편협한 이성형은 진부하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는 관계의 나열들은 소설을 읽는 동안 독자를 힘들게 하는 면이 분명히 있다. (물론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짧은 에세이 속의 무라카미씨는 정말 독특하고 재미난 아저씨이다. '이런 것까지 이야기거리가 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소재도 막힘없이 술술 써내려가는 아저씨의 필담은 물론이고, 평소에 무심코 지나쳐갔던 이야기를 꺼내는 아저씨의 남다른 관찰력과 상상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달리는 고속버스에서 덜컹거리는 무궁화호에서 차창을 뒤로 하고 읽기 딱 좋은 책이다. (실제로 6월 초 안동 여행 중 백팩에 넣어다니며 시시때때로 펼쳐보았다.) 새로운 풍경과 경험으로 설레이는 여행길에 새로운 시각과 마음을 당신에게 열어줄 이 책이야말로 여행서적으로 제격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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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30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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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 낮의 이별과 밤의 사랑 혹은 그림이 숨겨둔 33개의 이야기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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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흩날리는 파스텔 색상의 표지는 여자의 감성을 충분히 자극하고도 남을만큼 우아하다. '눈을 감는다.'는 표현에서 나도 모르게 눈을 감으며 표지에 나오는 벚꽃길을 떨어지는 벚꽃잎 사이로 사뿐히 발을 딛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이러한 흐뭇한 상상을 하면서 과연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궁금해지 않을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는 서문의 작가말에 상상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면 작가를 향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라고 손가락질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안다. 눈에 보이는 1차적인 사실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2차적인 사실이 세상을 더 촘촘하고 세밀하게 얽어 놓는다는 것을......

 

작가는 그림 속에 숨겨놓은 이야기를 한 장씩 책장에 펼쳐 놓으며 수다쟁이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녀의 수다는 유쾌한 '솔'의 음색을 갖기보다는 깊은 우물 속으로 첨벙 뛰어들 것 같은 낮은 음색을 지니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는 마치 그녀의 마음인 것 같고 그녀의 삶인 것 같다. 그녀의 상상력의 근원인 그림은 그녀에게 투영된 거울인 것 같다. 사실이 아닌 약간 왜곡된 그녀의 마음이 페이지 어느 틈에 숨어 가끔 그림자가 삐져나와 나를 놀라게 한다.

 

그녀에게 '사랑'이란 '이별'이고 '슬픔'이고 결국엔 '성장'이다. 사랑 이야기를 이렇게 아프게 하는 그녀는 사랑이 끝난 뒤에 남겨진 아픔의 잔해를 버리지 못하고 몰래몰래 유리병에 담아 두었다가 꺼내보는 사람같다. 눈물나게 서글프지만 결코 처량하지 않는, 떨어지는 벚꽃처럼 그녀의 유리병에 담긴 사랑의 잔해도 그랬을 것 같다.

 

그림에 입힌 작가의 사랑 이야기는 바닥을 알 수 없는 짙은 파란색이 떠오른다. 바닥의 깊이는 알 수는 없지만 그 속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랑 이야기로 한동안 정신없이 헤엄친 것 같다. 그리고 사랑이 슬픔이고 이별만 있는 것이 아니길 바라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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