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속에 수많은 감정들이 있지만 그것들을 표현하는 단어와 문장은 매우 한정된 것 같다. 예를 들면 흔히 좋거나 기쁠 때, 놀랍거나 대단하다고 생각될 때 '대박'이라는 단어를 외치고 어이없거나 허무할 때, 황당하거나 무언가 못마땅할 때 '헐'이라는 단어를 쓰고는 한다. 당시의 감정을 유행어라는 짧은 단어에 함축시켜 각기 다른 상황에서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짧고 굵어서 임팩트 있고 편하게 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말들을 자주 사용하다 보면 자신의 다양한 감정을 구분하고 섬세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표현이 서툰 어린아이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많다. 10년 동안 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느낀 점은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에 대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논술 수업시간에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몰라요'라고 대답한다. (대답하기 귀찮아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은 정말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렇다 보니 상대방의 감정을 읽는 것 또한 매우 단편적이고 모 아니면 도인 경우가 많았다. 나는 그 점이 항상 안타까웠다. 좀 더 다채로운 표현을 안다면 내면에 뒤엉켜있는 감정들을 하나씩 풀어서 자신과 대면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함께 하나의 감정 표현을 놓고 '너는 어떨 때 그랬니?'하고 이야기하며 짧은 글짓기도 하면 좋을 것 같다. 가족들과 함께 하다 보면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왠지 화목한 가정이 될 것 같은 훈훈한 기분이 든다. 우리 가족에게는 아직 아이가 없지만 이 책을 읽은 내내 그런 생각을 하며 읽었다. 도란도란 앉아 이 책을 펼치고 아이와 함께 웃으며 이야기할 그날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