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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평점 :
우연일까? 창원에서 목포로 가는 길에 이 책을 무심코 가방에 넣었다. 목포로 가는 5시간을 그냥 버스 안에서 잠만 자면서 가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들고 나간 책이 마침 책을 읽는 시간과 장소에 대한 내용이라니, 당시 나의 상황과 딱 떨어지는 듯해서 싱긋 웃음이 나왔다.
버스터미널에 일찍 도착한 덕분에 근처 카페에서 녹차라떼를 마시며 책을 펼쳤다. 첫 장의 '독자권리장전'은 그동안 독서를 하지 못한 아니, 안 했던 나의 자책감을 녹여 없애줄 만큼 충분히 공감거리가 되었다. 첫인상에 무척 호감을 느끼며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훈남을 연상하게 한다.
1부는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책에 대한 정의가 신선하면서 그동안 책에 대해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첨부하여 책에 대해 머릿속으로 정리를 할 수 있었던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인생을 6가지 단계로 나누어 그 시기에 하는 독서를 정리해놓은 부분은 매우 흥미로웠다. 카페에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1부를 곱씹으며 읽고 다시 읽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 남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책을 펼쳐 읽을 수 있는 자유가 너무나도 신선하고 상쾌했다.
반면 2부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집 안에서 독서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은 이야기거리가 될 수 있을까하고 염려할 정도의 소재로 글을 이끌어가면서 다소 억지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이 부분만 본다면 나는 자비를 들여가며 이 책을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3부에서 작가는 이미지 회복에 나선다. 프랑스의 작은 서점부터 시작해서 도서관까지 작가의 이야기에 목이 마르듯이 좀 더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을 덮는 순간 무척 아쉬웠다. 작은 도시에 작은 서점이 아직까지 건재하다는 프랑스인들의 독서문화가 새삼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작가가 앞으로 프랑스의 서점과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들만 모아 글을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더 재미난 책이 될 것 같았다.
책은 나에게 영혼의 퍼즐 조각이다. 나는 책을 통해 나를 발견한다. 한 권의 책을 하나씩 읽어갈 때마다 내 마음 속 말들이 고스란히 책에 박힌 구절들을 발견한다. 그 구절을 나에 대해 풀어놓은 설명서같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또 다른 나의 조각을 발견하였다. 나는 이른 아침, 홍차 한 잔을 마시며 아무도 없는 곳에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누워서 보든 앉아서 보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에서 내가 원하는 자세로 자연광을 받으며 책장을 넘기는 것이 좋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