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바꿔봅시다! - 염동연이 말하는 노무현 신화의 탄생
염동연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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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흥미롭게 잘 읽은 책이다. 정말 손에서 놓을 수 없어서 밤늦게까지 책 읽다 잠자리에 들기도 했다. 3일 동안 다른 책 안 보고, 이 책만 보며 한 번 다 읽었다. 노무현 대통령 관련한 책을 찾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보길 바란다. 특히 대선 캠프가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과정을 상세히 알 수 있다.


30~40대는 염동연 총장을 잘 모를 수 있다. 그를 모른다? 그럼 꼭 봐야 한다. 그가 바로 금강캠프의 좌장이었고, 국민경선을 총 지휘하며 노무현 후보를 노무현 대통령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노사모도 물론 큰 활약을 했다. 노사모가 없었으면 노무현 대통령은 탄생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염동연 총장이 없었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존재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조직의 힘이 막강했다. 불법 선거자금도 빈번했다. 돈 없으면 정치, 선거를 하기에 너무도 어려웠다. 그러한 어려웠던 이야기도 담겨 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면 술술 이해된다. 정치하겠다고 후원해달라고 한다. 그래서 후원해줬는데 (당선 어려우면 거의 돈 버린다 생각하고 주겠지) 당선이 됐다면, 본전 찾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다. 물론 한국 사회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여기고 통 크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그래도 떡고물을 바라는 게 흔한 마음이다.

염동연 총장은 DJ를 대통령 만들기 위한 '민주연합청년동지회'(줄여서 연청)를 이끌었다. 동교동계와 가까웠다. 하지만 염 총장은 '호남을 사랑하는 영남 후보'이 경쟁력 있다고 판단하여 홀로 외롭게 노무현과 함께 한다. 캠프에서도 노무현은 현역의원 중에 지지자가 거의 없어 쓸쓸했다. 이는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캠프를 꾸리기 전에도 그랬다.

노태우, YS, JP가 3당 합당을 하고, 노무현은 YS를 떠난다. 꼬마민주당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91년 통합민주당을 창당하며 DJ와 만난다. 노무현 대통령은 YS 계열로 정치에 입문했다. YS를 떠나 DJ와 만나게 됐는데, 노무현에게 조직이 어디 있겠는가. 그 허전함이 이 책에 고스란히 나온다. 그런 와중에 염동연 총장의 도움으로 노무현 최고위원이 되기도 한다.

노무현 의원은 청문회 스타로 유명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연스레 조직이 생기는 건 아니다. 노무현 스타일은 조직이 생기기 쉽지 않다. 사람을 얻기 위해 마음에 없는 말을 잘 못 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이러한 모습, 대통령 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잘 보여준다.

염동연 총장 입장에서, 대화체가 많이 등장하여 생동감 넘친다. 정말 재밌고 흥미롭다. 기존에 알차고 감동적이었던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다양한 지지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면, 이 책은 금강캠프의 입장으로 전개된다. 그 내막이 대부분 실명으로 등장한다. 새로운 관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

다시 한 번 말한다. '노무현'을 좋아하는데, '염동연'이 누군지 모르겠다고? 그럼 이 책을 꼭 봐라. 노무현을 더 알게 되고, 더 좋아하게 될 것이다. 노무현이 대통령 될 수 있도록 옆에서 든든하게 도와준 짝꿍이다. '둘이서 바꾸어냈다' 그 둘은 정말 멋있고 감동이다. 직접 보시길 바란다!  대통령 재임 이후를 다루는 2권도 얼른 출간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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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텔카스텐 - 글 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
숀케 아렌스 지음, 김수진 옮김 / 인간희극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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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텔카스텐은 독일어이고, 우리말로 하면 메모상자다. 만약 메모상자나 메모 관련한 제목으로 출간됐다면 이 책이 얼마나 알려지고 팔렸을까? 한편 제텔카스텐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제목인 지금은 어떨까? 메모라는 말은 표지에는 적혀 있지 않은데. 일부러 그런 거겠지? 내가 편집자였다면 고민이 상당했을 거다.


메모는 메모인데 방식이 좀 다르다.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이 활용한 방법을 그대로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루만이 어떻게 메모를 했기에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었는지를 밝히고, 그에 관련된 여러 이론으로 근거를 제시한다. 메모에 수식어를 붙이자면 '루만의 메모방법'이다.


나는 주로 책에 밑줄 긋고, 그 옆에 느낀 점이나 생각을 적는다. 나중에 다시 한 번 봤을 때, 내가 그런 생각을 했구나 하며 스스로 토론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게 상당한 장점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 방법을 추천하지 않는다. 오히려 메모지를 갖다놓고, 메모지에 옮겨 적으며 읽으라고 한다. 그렇게 하나하나 모인 것이 메모상자, 제텔카스텐이다. 그리고 그건 평범했던 루만을 대학교수로, 다작의 작가로 만들게 한 방법이다.


되돌아보면 좋았던 책을 다시 보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실제 그렇게 되는 책은 많지 않다. 새로운 책을 또 보게 된다. 책에 적어두는 것은 맥락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지만, 글을 적어놨던 그곳을 펼쳐야만 그게 나오는 단점이 있다.


루만처럼 한다면 메모상자에서 그걸 찾아내면 된다. 아 물론 그렇게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거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고, 사유를 창조적으로 하려는 사람에게는 이 방법이 더 좋을 것 같다.


한편 자신의 책이 아닌, 도서관 책도 많이 보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즉, 나처럼 책에 밑줄 긋고 메모해가며 보는 사람은 내 책이 아닌 이상, 내가 돈이 많지 않은 이상 메모방법을 활용하기 힘들다. 책이 많으면 그걸 언제 다 다시 살펴보나. 여러모로 메모상자를 뒤적이는 게 사유의 질 측면에서는 더 좋을 것 같다.


아직은 책에서 말하는 방법대로 시도해보지는 않았다. 내가 지금껏 하던 대로 하고 있다. 좋다고 해도 바꾸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하지만 의식은 하고 있고, 좀 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또 도서관 책들도 더 마음 편히 보기 위해 필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잘 만났다. 적용하기 위해 계속 시도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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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반야심경 1
혜범 지음 / 문학세계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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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교도가 아니다. 지금은 불교에 대한 관심 및 호감이 좀 생겼지만, 그렇기에 이 책도 본 것이지만, 불교에 대해서 잘 모른다. 불교는 매우 긴 경전을 갖고 있다. 그걸 압축하여 만든 게 바로 '반야심경'이다. 반야라는 것은 사물에 대해 제대로 깨닫는 지혜를 뜻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반야심경이 무엇인지 몰랐다. 불교에 대해 거의 처음 뭔가를 접하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부터 본 것은 여러 장단점이 있었다. 차근차근 기초부터 설명하는 게 아니라 삶의 이야기를 딱 접하게 된다. 단어 뜻도 생소하고, 불교 문화에 대해서도 모르니까 이게 어떤 맥락인지 대강 짐작할 뿐인 것도 많았다.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쭉쭉 넘어가며 읽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점도 많았다. 이미 어떻다고 규정해놓은 것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삶의 이야기로 하나씩 접하며 읽어나갔다. 경전 형식은 아무래도 딱딱하다. 다른 말로 하면, 논리적이다. 그에 비해 이야기는 삶에 가깝다. 불교 경전과 기독교 경전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기독교는 특히 예수는 이야기로 전해진다. 무얼 했고, 누굴 만났고 등등. 그러면서 배신도 당하고 죽음도 당한다. 교리라기보다 이야기로 전해진다. 논리적이진 않을 수 있지만, 삶에 훨씬 가깝게 다가온다.


이게 얼마나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모르겠다. 저자 서문에도 밝혔는데, 그런 구분이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이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수용하면 된다. 그게 픽션이면 어떻고, 논픽션이면 어떤가. 세상에 픽션이 어디에 있고 논픽션은 어디에 있나. 둘은 섞여 있게 마련 아닌가. 그게 삶이다.  


실제 스님이 쓰신 이야기다. 실제로도 저런 대화를 주고 받을지, 소설이니까 저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나에게 하나의 상이 주어진다. 그러나 그것 역시 상일 뿐. 내 마음에 깨어 있자. 깨달음을 얻은 그 순간이 참이다. 생로병사, 고통은 우리에게 올 수밖에 없는 거다. 그게 삶이다. 그 고통 가운데서도 깨어 있고, 깨어 있자. 그게 우리의 해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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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별난 목공 집 - 제11회 5·18문학상 수상작 도토리숲 저학년 문고 4
김영 지음, 최정인 그림 / 도토리숲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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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5.18이다. 이 책을 고르게 된 건 5.18 문학상 수상작이라서 그렇다. 그런데 살짝 실수가 있었다. 나는 5.18을 소재로 한 그림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책은 5.18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그저 오늘날 평범한 우리 일상을 말한다. 물론 거기에 5.18 정신이 담겨있고, 그 때문에 이 책이 5.18 문학상을 수상한 거다. 5.18을 그리는 것과 문학상 받은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혹시 헷갈리는 분이 없기를 바란다. 


책을 어린 아이에게 읽어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내용 중에 부모님 관계가 냉랭하게 그려지고, 재정적인 압박을 받는 게 나오는데, 이를 어린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말해주기엔 부담이 된다. 출판사에서는 이 책을 초등학교 저학년 동화로 여긴다. '저학년 문고'로 출간되기도 했고, 글자의 크기 및 그림 등 책 구성으로 봤을 때도 딱 그렇다. 하지만 나는 내용상으로는 초등 고학년들 이상이 읽는 게 좋다고 느껴진다. 

 

물론 책 뒷 부분에서 서로 힘을 모아 새로운 삶을 펼쳐가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러한 모습을 많이, 자주 읽고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그건 어릴 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우려가 되는 점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다양한 판단과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부모님의 갈등이 실제로 많이 존재하고, 경제적인 압박을 받고, 또 실업 재취업 창업 등에 대한 고민이 심각한 것 역시 현실이다. 그러한 현실을 에둘러 포장하지 않은 점은 장점이다. 5.18도 마찬가지 아닌가. 주먹밥을 나누며 대동단결한 모습은 고귀하지만, 그 일이 벌어진 상황 자체는 매우 참혹하고 비극적이다. 그걸 뚫고 힘을 모은 것이며,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비록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읽어주기는 부담스럽지만, 책의 내용을 고스란히 살아내길 바란다. 엄마 아빠 간의 갈등도 극복되고, 이웃집과의 관계도 깊어지길 바란다. 우리네 삶은 여전히 버겁다. 삶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5.18을 앞두고, 이러한 책이 출간된 것 자체가 좋은 일이다. 우리 삶이 고달파도 더 푸르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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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고요하지 않다 - 식물, 동물, 그리고 미생물 경이로운 생명의 노래
마들렌 치게 지음, 배명자 옮김, 최재천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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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람 중심 세상에서 산다. 아, 물론 사람들 중에서도 일부에게만 해당하는 말이겠다. 사람 중에서도 소수자들은 대우받지 못하고 사니까. 다른 데로 멀리 나아갈 것 같아 그냥 줄여야겠다.


좌우지간 문제는, 나 외에 다른 생명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심하다. 특히 사람만 중요하고, 다른 생명들은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영혼이 없다는 둥, 서로 소통이나 할 수 있겠냐는 둥. 그런데 떠올려보라. 개들이 짖는 것, 그건 뭔가 소통하는 거다. 그래 이 정도는 누구나 아는 거다.


하지만 저자는 동물 뿐 아니라, 식물 그리고 미생물의 세계도 보여준다. 예전에 과학 시간에 배웠다. '공생' 그래 뭐 '기생'도 있었고, 그런 식으로 생물들이 살아갔지. 그게 박테리아일 수도 있고, 이렇게저렇게 더불어 살 수 있다. 어떻게? 서로 소통하면서.


사람들도 그런다. '꼭 말로 해야 돼? 눈빛으로, 몸의 기운으로 느낄 수 없어?' 사실 사람도 그런 거다. 언어는 일부다. 언어에 갇혀 있으면 더 넓은 것, 자연을 보지 못한다. 생명 감수성이란 말로 접근할 수 있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생명 감수성이 있어야 온전한 소통이 가능하다.


다른 생명들에 대해서도 생명 감수성을 갖고 지켜본다면, 보인다. 그걸 저자 '마들렌 치게'가 이 책에서 잘 정리해서 보여준다. 정말 역작이다.


정치인들, 기업가들, 금융 관계자들이 이 책을 좀 읽었으면 좋겠다. 생명이 무엇인지, 얼마나 위대한 몸짓이 수없이 펼쳐지는지 느끼면 좋겠다. 돈, 권력, 명예가 전부 아니다. 결국 생명이다.


뭐, 그들은 그들이 알아서 살 거고, 우리들이 이 책 더 잘 읽길 바란다. 숲에 가고 싶어진다. 눈 앞에 보이는 것들에 대해 더 조심스럽고 가까이서 지켜보아야겠다. 이 책이 우리 사회의 교과서가 되길 바란다. 코로나의 위기를 생태문명으로 이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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