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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이 삶이 되는 동양철학
임정환 지음 / CIR(씨아이알) / 2020년 7월
평점 :
흠... 이 책의 저자를 직접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정말 실제로 만났을 때도 책처럼 자상한 분일까? 아니면 글만 그럴 뿐, 실제는 또 다를까?
책에서 존댓말로 쭉 이어지는데, 굉장히 사려 깊고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간략한 책 소개를 통해서도 다들 맛볼 수 있다.
저자는 고등학교 선생님이다. 인천에서 도덕윤리를 가르친다.
박사학위도 받았고, 교과서 및 EBS 수능 관련 책도 집필했다.
그러면서 출신학교를 밝히지 않는다. 다만, 석사/박사학위의 제목을 적어두었다.
학벌에 대해서는 제껴두고, 본인이 연구한 바를 알려준다. 바로 이거다.
보통은 어느 학교 무슨 학과인지 정도만 밝힌다.
소개로 쓰려면 무얼 연구했는지 알려주는 게 맞다. 학교보다 연구 내용이 더 중요하다.
위에 한 말들이 책과 상관없는 말이 아니다. 최소한 이 책과 이 분야에서는 말이다.
앎이 삶이 되느냐? 삶과 연관된 앎이냐? 동양철학의 특징이기도 하다.
머리로, 입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몸으로, 삶으로 가르치는 게 동양철학이다.
깨달음이라는 것도 그렇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삶을 더 확인할 수는 없지만, 품격 있는 선비 같은 느낌을 받는다.
책의 초점은 '철학-윤리 입문'이다. 교과서처럼 내용 정리가 잘 되어 있다.
그래서 각 사상별 정리를 하는데는 도움 받기 좋다.
앎과 삶이 활발하게 순환하는 걸 기대한다면 솔직히 다른 책이 낫다. (신영복 선생의 '강의' 같은)
충실하게 이론 소개를 하면서, 그걸 관념으로만 끝내지 않고 삶과 연결시키는 정도로 보면 된다.
아, 우리나라 고교 현실에서 이 이상이 가능할까?
대안학교가 아니라면, 공교육 현장에서는 어려울 거다.
교과서를 가르쳐야 하고, 수업하며 진도 나가고 시험을 보고 성적을 매겨야 하니까..
앎이 삶이 되기 어려운 조건에서 배우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훗날 저자의 다른책을 기대한다. 입문서가 아닌 심화된 책 같은 거..
교과서나 참고서 같은 책 말고 보다 대중적이고 일상과 연관되는 책..
충분히 잘 쓰실 거라 보인다.
학교 생활하며 이래저래 느끼는 고민들이 많으실 거다.
거기에 철학적 성찰을 거친 수필도 좋다.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것도 좋고..
이런 분이 많은 글을 써주면 좋겠다.
덤. 교사 또 교과서 범위라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묵자'에 대해서도 더 다뤄주면 좋겠다.
책에서는 맹자에서 잠깐 등장하는데, 묵자를 좋아하는 입장으로서는 좀 부당하다. (묵자는 거의 이런 식으로 인용된다)
나의 부모와 이웃의 부모를 똑같이 사랑하라고? 물론 차별없이 사랑하라는 겸애의 뜻이 그렇긴 하지만 표현에 따라, 맥락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 유가의 어떤 지점을 비판하고, 대안을 어떻게 만들어나갔는지를 잘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앎과 삶이 통합된 공동체 '묵가'에 대한 평가가 공정해지길 바란다. 특히 전쟁을 반대하며 그것을 어떻게 실천했는지 알려주는 건 오늘날 우리 현실-남북관계-에도 상당히 의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