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 - 인생의 판을 바꾸는 무의식의 힘
정도언 지음 / 지와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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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언 선생의 책은 <프로이트의 의자>를 통해 만난 적 있다. 예전에 그걸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역시 쉽고 명확하다. 대가의 느낌인데, 지금은 한층 더 깊어졌다.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성숙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뭔가 다른 말, 농후? 원숙? 아 잘 모르겠다.


암튼, 글 깊이가 더 심오해지면서도 경쾌하고 가벼워졌다. 이치를 깊이 깨달아서 그런 걸까? 제목과 표지는 약간 무서운 듯 하지만 내용에서는 여유와 따뜻함이 느껴진다. 책이 존댓말로 이뤄지기도 했는데 누구나 충분히 느낄 듯 하다.


무의식을 알아간다는 것은 나를 알아가는 것이다. 들여다보고 싶지 않고, 그래서 그게 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기 자신을 자기가 잘 모르고 사는 거다. 이 책은 이런 점들을 통째로 해소시킨다. 내가 회피했던 것들, 모르고 지냈던 것들을 한층 발견하도록 돕는다. (출생 역시 상실이라는 관점, 그 말을 통해 더 삶과 죽음은 양면이란 걸 느끼게 됐다)


주요 일간지에 실렸던 글들을 다듬어 묶은 것이라 책 호흡이 길지 않다. 금방 읽을 수 있고, 읽은 것은 금세 사라지지 않는다. 인생의 판을 건드리게 된다. 특히 한국인 저자라서 우리 맥락에 맞게 접근하고 해석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교수 퇴임하셨으니 이제 70세 즈음이실 듯 하다. 그런데도 학회, 연구원 등 공부를 부단히 하신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은 그 자체로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그동안의 계승 발전과 수많은 비판을 거쳐 왔다. 오늘날의 뇌과학을 통해 새로운 발견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걸 종합시키는 역량이 있는 귀한 분이다.


프로이트의 입장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현대 이론, 우리나라 현실 등을 적용하신다. 심리학에 관심 있고, 정신분석학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상당한 내공이 담겨 있다. (각 장마다 파란 글씨로 강조된 게 있는데, 이건 편집자가 한 걸까? 저자가 한 걸까? 너무 자주 있다는 점이 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책 읽을 때 '이만큼 남았구나' 싶은데, 그건 아직도 남았냐는 버거운 마음이 아니라 이 정도 밖에 안 남았네 하며 아끼는 마음이 든다. 이런 저자가 있다는 자체가 참 우리에게 반갑고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또 책을 출간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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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06-10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들 살펴보다가 반가운 마음에 댓글답니당~ 책일으면서 ‘농후, 원숙, 성숙~’으로 표현이 안되는 어떤 대가의 스멜~이 제가 느낀 마음과 비슷하세요~ 전 짬바(짬에서 오는 바이브..)라고 표현했는데.. 좀…그런가요?ㅋㅋㅋ

별빛마루 2021-06-19 23:21   좋아요 1 | URL
제가 댓글을 진작 읽었는데 답글을 한참 뒤에 답니다. 짬바 ㅋㅋㅋ 아 엄청 웃었어요. 근데 그 말을 듣고 보니까 짬바라는 표현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딱 그 표현이 맞다 싶습니다. ㅎㅎㅎ
댓글 반갑게 잘 보았고요, 다른 글들 찾아보러 가겠습니다. 저도 심리학 관심 많은데 종종 대화나눠요~ ^^

공쟝쟝 2021-06-20 11:51   좋아요 0 | URL
저두 심리학 좋아해요 ^^ 관련된 책들 중에 쉬운건(?) 가리지 않고 읽는 데 ㅋㅋ 요즘 주춤했네요! 책 이야기 나누자는 말씀이 어찌나 반가운지 (덥썩)

별빛마루 2021-06-24 13:48   좋아요 1 | URL
근데 제가 댓글 달면, 그걸 어떻게 알고 다시 오신 거에요?
저는 누가 제 서재에 댓글을 달면 그게 메일로 알림이 오더라고요.
다만 다른 서재에 쓴 댓글의 답댓글은 연락이 없는 듯 해서요.
어디서 알람 설정을 해야 하는 건지 궁금하네요.

별빛마루 2021-06-24 13:49   좋아요 0 | URL
책 이야기 나누러 가겠습니다. 당연히 심리학 말고도 관심 있는 건 많고, 겹치는 책이 불쑥불쑥 나오겠지요. 반갑습니다 ^^

공쟝쟝 2021-06-24 15:22   좋아요 0 | URL
저의 경우 북플 이라는 알라딘 앱을 이용합니다. 서재의 존재도 여기서 알았어요 ㅋ 페이스북이랑 비슷한 구조라서, 댓글 단 거에 알림이 뜨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