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텔카스텐 - 글 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
숀케 아렌스 지음, 김수진 옮김 / 인간희극 / 202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제텔카스텐은 독일어이고, 우리말로 하면 메모상자다. 만약 메모상자나 메모 관련한 제목으로 출간됐다면 이 책이 얼마나 알려지고 팔렸을까? 한편 제텔카스텐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제목인 지금은 어떨까? 메모라는 말은 표지에는 적혀 있지 않은데. 일부러 그런 거겠지? 내가 편집자였다면 고민이 상당했을 거다.


메모는 메모인데 방식이 좀 다르다.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이 활용한 방법을 그대로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루만이 어떻게 메모를 했기에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었는지를 밝히고, 그에 관련된 여러 이론으로 근거를 제시한다. 메모에 수식어를 붙이자면 '루만의 메모방법'이다.


나는 주로 책에 밑줄 긋고, 그 옆에 느낀 점이나 생각을 적는다. 나중에 다시 한 번 봤을 때, 내가 그런 생각을 했구나 하며 스스로 토론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게 상당한 장점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 방법을 추천하지 않는다. 오히려 메모지를 갖다놓고, 메모지에 옮겨 적으며 읽으라고 한다. 그렇게 하나하나 모인 것이 메모상자, 제텔카스텐이다. 그리고 그건 평범했던 루만을 대학교수로, 다작의 작가로 만들게 한 방법이다.


되돌아보면 좋았던 책을 다시 보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실제 그렇게 되는 책은 많지 않다. 새로운 책을 또 보게 된다. 책에 적어두는 것은 맥락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지만, 글을 적어놨던 그곳을 펼쳐야만 그게 나오는 단점이 있다.


루만처럼 한다면 메모상자에서 그걸 찾아내면 된다. 아 물론 그렇게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거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고, 사유를 창조적으로 하려는 사람에게는 이 방법이 더 좋을 것 같다.


한편 자신의 책이 아닌, 도서관 책도 많이 보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즉, 나처럼 책에 밑줄 긋고 메모해가며 보는 사람은 내 책이 아닌 이상, 내가 돈이 많지 않은 이상 메모방법을 활용하기 힘들다. 책이 많으면 그걸 언제 다 다시 살펴보나. 여러모로 메모상자를 뒤적이는 게 사유의 질 측면에서는 더 좋을 것 같다.


아직은 책에서 말하는 방법대로 시도해보지는 않았다. 내가 지금껏 하던 대로 하고 있다. 좋다고 해도 바꾸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하지만 의식은 하고 있고, 좀 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또 도서관 책들도 더 마음 편히 보기 위해 필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잘 만났다. 적용하기 위해 계속 시도해 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