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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치로리
오키 토오루 지음, 김원균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나는 동물을 길러본 경험이 없다. 그들을 따뜻하게 안아본 경험도 없고, 그들을 쓰다듬어 준 기억도 없다. 어렸을 적에 친구 집에서 큰 개한테 물린 이후로는, 개를 무서워해서 크기에 상관없이 개만 보이면 길을 돌아서 갈 정도였으니 만질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무서워하는 맘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내가 성장했기에 그들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도 물론 조금은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보기만 해도 피했던 길거리 개들의 모습이 요즘들어서는 불쌍해보이기도 하고, 이유없이 미안해져서 이제는 다가가서 만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마워, 치로리>, 이 책은 유기견에서 치료견으로 성장한 개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 치로리가 발견된 곳은 쓰레기장이었다. 그것을 발견한 어린아이들이 너무 안쓰러워 폐가에서 기르기 시작한것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치로리와 다섯마리의 새끼들.
하지만 그 동네는 원래 동물을 기를 수 없게 되어있었기에, 아이들은 고민하게 된다. 그때 이 책을 쓴 저자가 우연히 그 근처를 지나가게 되고,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은 분명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여 아이들은 비밀을 털어 놓게 된다. 그렇게 저자와 치로리의 인연이 시작된다. 하지만 저자 또한 모든 강아지들을 기를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광고을 통해 작은 새끼들을 좋은 집으로 입양보내게 된다. 그 때마다 치로리가 슬퍼하며 사라지는 새끼들을 따라 달려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솔직히 너무 안쓰러웠다. 인간에 의해 버림받고, 또 다시 새끼와도 헤어지며, 이러한 상황에 체념할 수 밖에 없는 치로리의 모습이 많이 슬퍼보였다. (물론, 강아지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는 맘에서 한 행동이지만, 치로리의 입장에서는 맘이 많이 아팠을 것이다.)
그렇게 강아지들을 모두 좋은 가정에 입양보내고, 남은 개는 치로리 뿐이었다. 대략 1개월 정도를 그렇게 챙겨주다 보니 정도 많이 들었고, 마땅히 보낼 만할 곳도 찾기 힘들어 저자는 자기가 운영하는 훈련소에 치로리를 데리고 들어간다. 그곳은 대형견인 시베리안 허스키들을 훈련하는 곳으로 치로리 같은 잡종견에게는 솔직히 어울리는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었던 치로리는 그곳에서도 잘 적응을 하게 되고, 오히려 대형견들 사이에서 그들을 이끄는 여장부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암에 걸린 시베리안 허스키를 돌보는 치로리의 모습을 통해 -속도를 맞추어 함께 걷거나, 눈을 맞추고 위로를 해주는 모습 등- 저자는 치로리의 치료견으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고, 훈련을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훈련을 시작한지 5개월만에 치로리는 유기견에서 치료견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치로리는 치료견으로서도 많은 일들을 하게 된다. 외로움과 고독에 갇혀 있던 어린아이에게 웃음을 되찾아 주었고, 삶의 희망을 잃은 노인들에게 삶의 기쁨을 알려주었으며, 그들의 삶의 의욕을 되돌려 주었다. 뿐만아니라, 닫혀 있던 노인들의 마음을 열어주어 삶의 의지를 되찾게 해주었고, 말을 하거나 혹은 간단하게 움직이고자 하는 의지를 되살려 주었다. 그리고 초등 학교에서는 치료견 활동 시범을 보여줌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동물을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등 치료견으로서 여러 역할들을 잘 해내어 주었다.
<고마워, 치로리>를 읽으면서 반려동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지만,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면 그들이 좀 아프거나 혹은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버리거나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기르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해서 어떤한 여건에서도 그들을 돌볼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려동물은 말은 통하지 않지만, 눈으로 마음으로 많은 것을 공유해온 동반자이다. 단순히 지금 좀 힘들다고 해서 그들을 쉽게 버리거나 학대하는 것은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신뢰와 믿음을 배반하는 행위가 아닐까?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치료견이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 해보게 되었다. 실제로 치료견의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몇몇 기사를 통해서 살펴본 그들의 역할에 솔직히 회의적이기도 했었다. 단지,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친구의 역할에 불과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노인들과 어린이들에게 삶의 의지과 활력을 되찾아주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치료견의 효과 및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단절된 관계로 인한 고독과 외로움이 만연한 현대인들에게, 그리고 큰 사건을 겪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린 환자들에게도 치료견을 통한 치료가 효과가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에는 치로리의 여러 모습들이 사진으로 남아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사진은 치로리가 웃는 모습이다. 솔직히 개가 웃는 것을 처음 보았기에 놀랍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사진을 보고 있으면 위안이 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 사진을 보고있으니, 치로리의 치료견으로서의 진가를 조금은 알 수있을 것 같이도 했다.
"개는 과거의 기억 때문에 현재를 힘들게 사는 인간처럼 어리석지 않다. 그저 현재를 열심히 살 뿐이다. 그래서 개의 그런 너그러움과 순수함 앞에 나는 항상 겸허해지고 치로리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