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놈의 나라 압수르디스탄
게리 슈테인가르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민음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 제목을 보면서, 평범한 책을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할 놈의 나라 압수르디스탄. 망할 놈이라는 말도, 압수르디스탄('불합리한, 터무니없는'을 뜻하는 단어 absurd와 중앙아시아국가의 국명에서 흔히 보이는 '땅'을 뜻하는 말  -stan의 합성어입니다.)이라는 말도 평범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였다. 솔직히 프롤로그의 첫 문장인 "이것은 사랑에 관한 책이다." 라는 문장을 보고 '혹시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결론을 말하자면 '역시나'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러시아에서 1238번째 가는 부자인 보리스 바인베르크의 아들인 미샤가 세상을 알아가는 법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자란 미샤는 어느날 아버지로부터 미국의 '어쩌다보니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그곳에서 18세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할례를 받으라는 말을 듣게 된다. 물론 불안했지만, 147킬로그램의 거구가 된 후에 잃어버린 아버지의 사랑을 되찾고 싶어 미국으로 떠나게 되고, 할례 또한 받게 된다. 그렇게 점점 미국의 생활에 적응하게 되면서, 무사히 대학생활도 끝마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오클라호마에서 온 미국인을 살해함으로 인해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게 되고,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비자를 더 이상 발급받을 수 없게 된다. 

자포자기한 상태로, 러시아인을 꿈꾸는 대학친구 알로샤밥과 함께 그럭저럭 귀족적이고 나태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던 중 그의 아버지가 지뢰로 인한 사고로 돌아가시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으로 인한 상실감속에서 표류하다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어떤 방법을 이용해서라도 러시아를 벗어나려 시도하게 된다. 그때 그가 알고 지내던 한 형사의 조언(?)으로 압수르디스탄이라는 나라에서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벨기에인으로 국적을 바꾸는 일을 벌이게 된다.

하지만 그가 압수르디스탄이라는 곳에 간 것 자체가 재앙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계약에 따라 벨기에에 망명한 것으로 처리되어 여권도 발급받을 수 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러시아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도 되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가 여권을 받고 돌아오던 날 압수르디스탄의 대통령(스바니 족)이 탄 비행기가 세보 족에의해 격추당하게 되고, 내전이 발발하면서 외부로의 탈출이 불가능해졌다. 이 과정에서 미샤는 그를 도와주던 세보 족 친구를 잃게 되고, 세보 족의 통솔자인 나나브라고프의 권유로 다문화부 장관이라는 직함을 얻으면서 내전에 개입하게 된다. 이 때만 해도 그는 이러한 내전이 스바니 족의 압제에서 벗어나고, 석유자원과 관련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라 여겨, 이를 위해 노력하리라 생각한다. 또한 '어쩌다보니 대학'의 좌우명인 "한 사람의 힘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그렇다."를 생각하면서 유연한 자신을 바꿔가며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진정한 진실을 몰랐다.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 그는 압수르디스탄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때 자신의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이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거짓말도 하고. 속임수도 쓰고, 도둑질도 해야한다. 네가 그것이 현실임을 깨달을 때 까지, '어쩌다보니 대학'에서 배운 것을 전부 잊어버릴 때까지는, 내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해야겠구나."
결국 그는 자신은 세상을 바꿀 수 없으며, 자기 자신은 더더욱 고칠 수 없다고 결론내려 버리고, 예전의 자신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조금은 씁쓸한 결말이다. 표면상에 들어난 것들과는 전혀 다르게 서로의 이익을 위해 내전까지 조장하는 모습, 내전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는 무신경한 모습들, 그리고 자신의 노력이 거짓으로 이루어진 세계 속에서의 발버둥일 뿐이라는 현실에서 좌절하는 미샤.
그래도 한사람의 힘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여전히 믿고 있다. 변화는 언제나 미미한 시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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