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워터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100페이지를 조금 넘는 이 한권이 나를 웃고, 울게 만들 줄은 몰랐다. 큰 사건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10대 아이들의 소소한 일상이 어느 순간 나에게 내 예전시간들을 그리고 그때의 추억을 기억하게 만들어 주었다. 잊고 있었던, 그때의 순수와 열정을 <워터>를 통해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나의 10대를 함께 보냈던 친구들의 모습이 그리웠다. 그때의 엉뚱하고 순진했던 모습들이 한 장면씩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워터에는 4명의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다쿠지, 게이치로, 고스케, 료운...
이들은 수영부로서 고등학교 마지막 수영대회에서 전국대회를 목표로 연습중인 소년들이다.다쿠지는 배영으로, 게이치로는 평영으로, 고스케는 접영으로, 그리고 료운이 자유형으로 릴레이 경기에 출장해서 전국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매일 매일을 온몸이 지칠 때까지 수영장을 누비며 연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수영부에는 쇼고라는 1학년 후배도 있다. 그가 처음 수영부에 들어왔을 때는, 1미터도 나아가지 못했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호흡을 잘 하지 못해 100미터 완주의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 꿈을 위해 매일 수영장에서 땀 흘리는 소년이다. 처음에는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되었었지만, 그의 열성적인 모습으로 인해 쇼고도 출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남자부 예선 경기에서 한번도 100미터 완주를 성공한 적이 없었던 쇼고가 드디어 처음으로 결승점에 들어왔다.
“관중석에서 가을바람 닮은 박수소리가 들려온다. 천천히 눈을 뜨고 수영장 안을 들여다보니 쇼고의 얼굴이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100미터를 완주한 아이의 얼굴이, 거기 있었다. 숨도 못 쉴 정도로 힘이 들겠지, 소리 없이 ‘료운 선배’ 하고 입술이 움직였다. 신음처럼 “끝까지 왔어요” 라고 쇼고가 말했다.
설마 내가 울겠냐 싶었지만, 흐르는 눈물을 어쩔 수는 없었다.“
그리고 4명의 소년들, 삐걱대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걱정하고, 내색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기다려 주는 그 소년들은 마지막 릴레이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자신을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친구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와 열정을 그 순간에 다 쏟아 부었다. 그리고 끝낸 후에 서로를 끌어안았다.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최고의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난 다시 최고기록을 깨기 위해, 앞으로도 살아나갈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 등장하는 모든 소년, 소녀들이 너무 귀여워보였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말없이 서로를 기다려주는 모습도, 땀흘려가며 연습하는 모습도, 묵묵히 믿어주는 모습도, 서로를 진정으로 아끼고 응원해주는 모습도, 모두 아름다워 보였다.
0대라는 시기의 순수함이 <워터>에 가득 담겨있는 것 같아서, 잠시 동안 나도 그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웃을 수 있는 그 시절도 갑자기 그리워졌다.
<워터> 참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책인 것 같다. 후훗 하며 미소 지을 수도 있고, 슬며시 눈시울이 붉어지게도 만드는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