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와 함께 산책을 -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나를 여행하는 법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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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은 구원


독일 철학자 니체에게 산책은 5km가 넘는 길을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이다. 해발 약 1800m 지대에 있는 아름다운 호반을 따라 숲속 길을 니체는 매일 혼자 걸었다. 그의 산책은 보통 8시간에서 길게는 10시간이 걸렸다.


니체는 자연의 광대함, 고요함, 햇빛을 사랑했고, 자연 속에 있을 때 '15분간의 깊은 침잠'이 몇 번 찾아온다고 말했다. '특별한 15분'은 명상의 심층부로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니체는 '산책이 바로 명상이다.'라고 단적으로 표현한 적은 없으나, '명상하는 삶'이 중요하다며 분명히 밝혔다.


니체는 산책과 명상을 통해 10년간 산속에서 명상을 한 차라투스트라가 마침내 인간세계로 내려와 자신의 지식과 철학적 메시지를 설파하는 책「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발표했다. 니체 외에도 칸트, 소트라테스, 괴테 등 많은 철학자와 문학가, 예술가들이 산책과 명상의 매혹에 빠졌다.


이 책은 괴테와 릴케 그리고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과 종교학자 부버 등 일곱 명의 사상가가 일상에서 실천한 명상을 주제로 한다. 명상이 무엇인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말하면서 명상을 쉽게 생각하라고 한다.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한 명상


위대한 사상가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고 자신만의 진리를 찾았다. 깨달음의 방식은 어렵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물면 된다. 생각을 멈추고 나에게 집중하는 연습, 즉 나만의 명상법을 발견한다면 누구나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투명하고 세련된 삶’이다. 현대인들은 프레임에 갇혀 ‘원래 삶은 이런 것’이라며 합리화한다. 프레임을 걷어내는 방법은 생각을 멈추고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바로 명상이다. 명상을 하기 위한 특별한 공간과 형식은 필요하지 않다.


명상은 일상 속에 늘 존재한다. 누구나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쉬면서, 잠시 모든 걸 잊는 순간이 명상이다. 풍경을 보다가, 꽃에 물을 주다가, 집안일을 하다가도 우리는 명상에 접어든다. 이 느낌을 의식하며 더 자주 명상에 빠지는 데 익숙해지면,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긴다.



자유로운 삶


명상은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삶은 지금 일어나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모든 것에 집중하기 쉬워진다. 그러다 보면 평소와는 다른 관점, 즉 자유로운 눈으로 새로운 발견과 새로운 발상을 시도하게 된다. 나의 내면을 자세히 탐구하고, 세상을 어떠한 편견도 없이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일에도 잘 동요하지 않고 작은 일에도 천진하게 기뻐할 수 있게 된다. 아이와 같은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모든 효과는 ‘자유로운 나’, 즉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따라서 모두 비슷한 모습이길 강요하는 사회의 가치관을 버리게 된다.



천천히 읽게 만드는 책


명상과 철학에 대한 심적 부담감을 낮춰주는 책이다. 총 200쪽이며 무게도 가벼워서 들고 읽기가 편하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무게가 가벼운 책이다. 보통 이 정도의 책이면 2~3시간이면 후딱 읽는다. 그런데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는 책이다.


이 책은 천천히 읽어야 한다. 아니 천천히 읽을 수밖에 없다. 문장 속에 머물도록 만든다. 생각하지 않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시간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는 책이지만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다른 책보다 훨씬 오래 걸려서 읽었지만, 다시 처음부터 읽어 볼 생각이다.


또 하나! 니체가 산책하던 스위스 엥가딘 마을의 실바플라나 호숫길에 가보고 싶게 만든다.


<출팒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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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 - 알고 보면 가깝고, 가까울수록 즐거운 그림 속 철학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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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철학자의미술관이용법 #그림속철학 #미술과친해지기 #유리병메이슨자 #종교 #한겨레출판 #이진민 #골든벨북스타그램 #독서 #도서 #서평



그림을 보면서 같이 놀자고 하는 책


저자 이진민은 그림을 보는 사람은 모두 철학자라고 말한다. 마음 편하게 그리고 즐겁게 미술을 대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독자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림을 도구 삼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게 도움을 준다. 가끔 툭툭 던지는 장난스러운 말투도 정겹다. 


같은 그림을 보면서도 우리는 제각각 다른 느낌, 감정 그리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온갖 미사여구와 고상한 단어를 다 갖다 붙여서 그림을 평하는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너도 그렇게 생각해야 해!"라고 강요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뭘 보든 뭘 들었든 감정과 느낌은 내 것이므로 내가 본 대로 들은 대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유명 미술관에 갔다고 긴장할 필요도 없고, 어깨에 힘주면서 고상한 척도 잘난 척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그 공간에 머물면서 작품에 '왜'라는 물음을 던지면서 그 시간을 즐기면 된다.



그림 앞에서 할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생각


저자는 철학적 영감을 얻을 요량으로 이 그림을 곁에 둔 적이 있었다고 한다.  아담과 신의 손가락이 서로 만나는 부분이 크게 확대된 그림으로,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천지창조> 중 '아담의 창조' 일부분이다. 이 그림을 독서토론 멤버와 학습 멤버들이 있는 방에 올리고 질문을 했다. 


"어느 쪽이 신이고, 어느 쪽이 인간인가?"


답을 할 때 자신들이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적어달라고 했다. 한동안 활발하게 톡방에서 대화가 오갔고,  서로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다. 어떤 사람은 현지에서 설명을 들었으나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젤라또를 먹은 기억만 난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직접 보고 왔기 때문에 안다고 말하면서 비교적 상세하게 적었다. 


두 손을 찬찬히 살펴보면 왼쪽의 손은 부드럽게 힘이 빠져 손목이 여유롭게 꺽여 있다. 힘을 빼고 팔을 가볍게 들어 올린 느낌이 든다. 반면 오른쪽 손에는 상대의 손끝에 가닿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가 느껴진다. 손목에도, 검지 끝에도 빳빳하게 힘이 들어가 있다. p17


ET의 유명한 한 장면이 생각나는 그림이기도 하다. 부드럽게 받아들이는 손끝과 상대 쪽으로 향하고자 하는 열의가 가득한 손끝! 어느 쪽이 인간이고, 어느 쪽이 신일까? 



종교에 대하여


철학자 중에는 무신론자로 알려졌거나 무신론자라는 의혹을 받았던 이들이 많다. 소크라테스는 신을 믿지 않고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기소당해 결국 독배를 마시고 죽는다. 홉스는 종교의 본질을 밝음이 아닌 어두움으로 설명한다. 고귀하고 긍정적인 개념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두려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공포' 같은 부정적인 말로 종교를 설명한 것이다. 게다가 종교와 미신의 차이에 대해 딱 두 단어 "publicly allowed(공공연히 인정된 것인가)"로 가뿐하게 답해버린다. 

(중략)

볼테르는 만약 신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신을 발명했을 것이라고 했다. p21~22


개인적으로는 소크라테스, 홉스, 볼테르의 생각에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다. 당시 종교는 한 사회가 가진 모든 도덕관념의 결합체이자 정치적으로 얽혀있어서 한 사회의 버팀목이기도 했다. 그래서 신에 대한 도전은 곧 한 사회에 도전장을 내민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정말 신을 믿었는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않다. 신으로 상징되는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고, 그 시스템을 흔드는 질문을 던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 말은 단순한 무신론 선언이 아니라, 수년 간 쌓아온 인간 이성과 도덕률에 대한 묵직한 도전이라고 본다. 


메이슨 자(Mason Jar)


투명하게 속이 다 비치는 유리병을 좋아한다. '2. 투명한 유리병에서 인간의 품성을 찾다' 부분을 읽다가 혼자 피식 웃었다. '모 브랜드의 소스 병이 있었다....'로 시작되는 단락부터이다. 저자와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각종 포장재나 유리병 등에 붙은 테이프나 라벨을  떼어낼 때 쉽게 떼어지는 라벨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나 또한 파스타 소스를 다 먹고 라벨을 떼어내다가 이 유리병의 진가를 발견했다. 메이슨 자(Mason Jar)의 디자인은 싫증이 나지 않는다. 입구가 커서 손을 넣어서 안까지 세척이 가능하며, 사이즈도 큰 편이어서 여러 용도로 사용이 된다. 가끔은 꽃병으로도 이용하기도 한다. 



파울 클레


파울 클레는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이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20세기 초 독일에서 주로 활동했다. 초기 작품들은 흑백이나 단색으로 다소 기괴하고 환상적인 세기말적 풍자를 담은 소묘 작품이 많고, 아프리카 튀니지를 여행한 이후 색채에 대한 선명한 자각과 함께 작풍을 바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기사파, 뮌헨 신분리파, 청색 4인조, 바우하우스 등과 관계를 맺었으나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던 화가로 특정 미술 사조로 분류하기 어렵다. 급진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그는 나치가 정권을 잡자 유대인이 아니었음에도 유대인이라는 누명으로 바우하우스의 교수직을 박탈당했고, 100여 점 이상의 작품을 몰수 당했다. 


다방면에 두루 조예가 깊었던 덕에 클레의 작품에는 음악과 문학, 철학이 고로 담겨 있다. 한 해에만 무려 500여 점의 작품을 쏟아냈으며, 평생 9,000점이 넘는 다작을 남긴 클레는 현대미술뿐만 아니라 20세기 지적 사회 전반에 크고 깊은 영향을 남겼다. 


모자이크 문양의 패턴, 구상 미술과 추상 미술의 혼합 그리고 선명하고 다양한 색채를 구성적 장치로 사용한 화가로, 리듬이란 근원적인 중요한 요소였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은 간단히 말하자면 적절한 색채를 적절한 곳에 배치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음 그림은 파울 클레의 <짐진 아이들>로 여러 표정과 행동이 보이는 그림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림이어서 재미있게 느껴지는 그림이다. 저자는 이 그림 안의 네모들이 그 캐리어와 신용카드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점이 산책을 떠나면 선이 되고, 선이 산책을 나가면 그림이 된다." 파울 클레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파울 클레



생각이 더 나은 나를 만든다


인간은 비어 있는 존재다. 어느 한 가지 모습으로 고정된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 어떤 모양이든 될 수 있고, 만들 수 있고 또 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마음먹기에 따라 좋은 방향으로도 안 좋은 방향으로도 만들어 갈 수 있는 존재이다. 말랑말랑한 '나'가 존재하면 우리의 삶은 한증 더 다양하고 즐겁게 살 수 있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금세기의 위대한 발견은 물리학이나 과학이 아니라 사람이 생각을 바꿀 때 그 사람 인생 전체가 바뀐다는 사실을 발견한 일"이라고 했다. 스스로 가둔 감옥 또는  지옥에서 스스로를 건져 올리는 방법은 단순하고 간단하다. '생각하는 일' 혹은 생각을 바꾸는 일'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은 책으로, 그림을 좋아하거나 생각하기를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생각이 나를 구원하고 

나를 더 좋은 '나'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때 

나는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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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랜드
제시카 브루더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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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랜드 #하우스리스 #제시카브루더 #엘리 #노매드랜드원작 #길위의삶 #노년의노동 #무너지는중산층


"자본주의자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그물 밖에서 사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기를 바란다."

익명의 네티즌, AZDAILYSUN.COM



무너진 중산층, 차를 몰고 떠나다


떠돌이, 뜨내기, 부랑자, 정착하지 못하는 자들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었다. 하지만 세 번째 밀레니엄에 들어선 지금, 새로운 종류의 유랑 부족이 떠오르고 있다. 결코 노마드가 되리라고 상상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여행길에 나서고 있다.


그들은 전통적인 형태의 주택과 아파트를 포기하고, 누군가는 '바퀴 달린 부동산'이라고도 일컫는 벤과 중고 RV, 스쿨버스, 캠핑용 픽업트럭, 여행용 트레일러, 그리고 평범한 낡은 세단에 들어가 산다. 그들은 중산층으로서 직면하던 선택들, 선택 불가능한 그 선택들로부터 차를 타고 달아나는 중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홈리스'라고 부른다. 새로운 노마드들은 그 꼬리표를 거부한다. 주거 시설과 교통수단을 둘 다 갖춘 그들은 다른 단어를 쓴다. 그들은 자신들을 아주 간단하게 '하우스리스(houseless)'라고 칭한다.



집세와 주택 융자금의 족쇄에서 벗어나 선택한 거리의 삶


멀리서 보면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아무 걱정 없는 은퇴한 RV 족으로 오인될 수 있다. 사고방식과 외양으로 보면 그들은 대체로 중산층이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초저금리 정책의 영향으로 야기된 대침체로 인해 저금이 사라져 버려 임금으로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중산층들은 전통적인 형태의 '벽과 기둥으로 된 집'을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 살아나가기 위한 한 방편으로 집세와 주택 융자금의 속박에서 자신들을 해방시킨 사람들로, 밴, RV, 트레일러로 이곳저곳을 흘러 다니는 유랑 생활에 나섰다. 


'하우스리스' 또는 '노마드'들은 계절성 노동을 해서 얻은 돈으로 연료 탱크를 채웠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 일상적인 모욕과 오랜 시간의 육체노동은 벅차지만 삶을 살아내기 위해 초과근무 수당까지 챙기며 일한다. 노마드들은 캠프장에서, 월마트 주차장에서, 교외에서, 트럭 휴게소에서 밤을 보내기도 하고 날이 새면 다시 차를 몰아 길을 떠난다. 



떠돌이 노동자 


떠돌이 노동자들은 자신들을 '워캠퍼(workamper)'라고 부른다. 워캠퍼들은 이동 생활을 하는 현대의 여행자들로, 미국을 돌아다니며 캠핑터를 무료(대체로 전기, 물, 하수관도 포함)로 사용하는 대가로, 거기에 보통은 급료 또한 받으면서 임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저자가 대화해 본 워캠퍼들은 70~80대까지 쭉 일하리라 예상하면서도 자신을 '은퇴자'라고 칭한다. 어떤 이들은 자신을 '여행자', '노마드', '타이어 떠돌이' 혹은 자조하듯 '집시'라고 부른다. 외부 관찰자들은 그들에게 다른 별명을 붙였는데 '대침체기의 오키'에서 '미국인 난민', '돈 많은 홈리스' 심지어 '현대의 과수원 부랑자'까지 있다. 


미국에서 얼마나 많은 인구가 노마드처럼 살고 있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법이 고정된 주소지(다시 말해 가짜 주소지)를 유지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그들은 통계상 나머지 인구 속에 섞여 들어간다. 얼마나 멀리 돌아다니든 상관없이 공식적인 주소지를 두고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숫자는 없지만 미국의 유랑 노동자 계층이 주택시장 붕괴 이후 급증했고, 계속 증가해왔다고 한다. <뉴욕 타임스 매거진>은 2011년 말에 '밴에서 살기', 혹은 '밴 생활'은 이제 유행이라고 선언했고, 그해에만 120만 가구의 주택이 압류될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덧붙이면서 밴 판매량이 24% 증가했음을 알렸다.



아마존 물류창고의 계절성 노동자 집단 '캠퍼포스'


아마존은 워캠퍼들을 구하는 모든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모집자 자리를 지켜왔다. 아마존은 미국 전역 1여 개 이상의 주에사 열리는 노마드 친화적인 사업 장에 모집 부스를 설치해왔다.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는 2020년까지 워캠퍼 네 명 중 한 명은 아마존을 위해 일해본 경험이 있게 될 거라고 예견했다.


아마존에서 일하는 계절성 노동자가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하는지 상세하게 적혀있다. 그 내용을 읽다가 일간 신문에 기사화되었던 한국 쿠팡의 열악한 근무환경 사례가 생각났다. 기업 입장에서 워캠퍼는 별다른 교육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노동자인데다가 노동조합을 조직할 만큼 오래 머물지도 않는다. 거기다가 너무나 힘든 업무를 소화하느라 근무를 마치면 사람들과 어울리지조차 못한다. 



노마드의 삶


2008년 기준으로 미국 내 주택 중 압류된 주택의 비율은 87%에 달했고, 미국인 약 800만 명이 일자리를, 600만 명이 집을 잃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노마드랜드」에 등장하는 노마드들 대부분은 이 시기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노마드들의 사연은 다양하고, 절박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높은 학벌, 전문 분야,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안고 살아온 사람들이 60대, 70대 나이에 집, 직장 그리고 저축을 잃고 물류 센터나 놀이공원, 혹은 사탕무 수확 같은 불안정한 임시 일자리에 고용되어 저임금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재앙은 일시적인 우연이 아니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여왔던 시스템의 해악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결과이다. 문제는 피해를 보는 쪽은 항상 약자들이라는 것이다. 한국도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한국의 경제 상황과 겹쳐지는 부분들도 있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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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치심에게 - 힘들면 자꾸 숨고 싶어지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최경은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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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수치심에게 #일자샌드 #심리학 #인문학 #타인의사유 #자존감 #자기감 #자신감


힘들면 자꾸 숨고 싶어지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



사람들은 때때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수치심을 느낀다. 수치심을 느낄 만 하다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과 막상 수치심이 들 때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수치심을 느끼면 자신도 모르게 눈빛이 흔들리거나 땅바닥만 쳐다보곤 한다. 


수치심은 마음이 조금 불편한 것에서부터 극도로 부끄럽거나 스스로를 무가치하다고 생각하기까지 다양한 강도로 경험할 수 있다. 여러 문제와 다양한 상황에 의해 촉발되며, 겉모습, 감정, 필요/욕구, 처지, 이상적인 자기 이미지, 부당한 대우, 약점/의존, 막연한 기분, 타인의 수치심에 대한 동일시, 잘못된 일의 목격 등이 있다. 


수치심으로 인한 고통과 외로움은 강렬하고 심각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일단 수치심에 대해 털어놓고 나면 기적처럼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호흡이 서서히 안정되고 긴장했던 표정과 몸이 편안해지며 신경이 곤두선 모습이나 괴로운 기색이 어느새 사라진다. 연약함을 살펴보고 인정하고 나면 의외로 그런 모습에 호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한다. 


자존감과 자기감


자존감(self-esteem)은 자신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나 스스로의 평가를 뜻한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보이고 존중해주면 자존감은 높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주고 가치있게 여겨 주고 좋아해주는 긍정적인 경험이 쌓이면 자존감은 높아진다.


자기감(sense of self)은 자기가 스스로를 어떻게 느끼는지를 뜻한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본능적으로 자기와 눈을 맟춰 줄 다른 사람을 찾는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미러링하면서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면에 어떤 감정이 존재하는지 인식하고, 인정하면서 발달한다. 


다시 발하면 자존감은 자신에 대한 평가이고, 자기감은 자신에 대한 느낌이다. 둘 다 한 인간으로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와 관련이 있다. 이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나타내는 자신감과는 다르다. 자신감이 있다고 해도 수치심이라는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자존감과 자신감이 굳건하면 쉽게 흔들리지는 않는다. 


자존감과 자기감은 타인이 나를 사랑으로 대할 때 자라난다. 즉 타인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한다. 특히 어린시절 자신을 돌봐주었던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수치심이 들게 하는 상황에 대한 반응이 얼마나 강렬하고 오래 지속되는지는 자존감과 자기감이 얼마나 강한지에 달려 있다. 



수치심에 대하여 솔직하게 말하는 책


수치심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왜 어떤 사람들은 평균 이상으로 심각하게 수치심을 느끼는지, 어떻게 하면 여러 문제의 기저에 깔린 원인이 수치심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수치심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분명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책이다. 


수치심은 불안정한 자기인식에 대한 반응이다. 수치심을 잘 컨드롤 할 수 있는 사람도 있고, 깊이 영향을 받고 휘둘리는 사람도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저자가 알려주는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조금은 자유롭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수치심을 직시할 용기 필요


수치심을 잘 이겨내려먼 자신이 수치심을 느끼는 대상을 용기 있게 인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감명을 받고 그런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남들이 쉽다고 말하는 아주 작은 행동도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남들처럼 평범하고 때로는 연약한 사람이라는 점을 과감하게 인정하고 애정 어린 눈빛을 마주할 용기를 낼 때 비로소 우리는 수치심을 극복할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타인의 피드백을 수용, 내 모습을 영상으로 기록하기, 나의 내면 경험하기, 내면의 깊은 곳 들여다보기, 심리치료 및 자기 계발하기 등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들여다보기 위해 반드시 심리치룔 받을 필요는 없다. 어떤 집단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비밀을 보장하기로 무언의 합의를 했다면, 그 집단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보일 수가 있다. 집단상담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이 경험은 독서모임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당연히 전제조건은 멤버들과의 신뢰관계 형성이다. 


거울 앞에 앉아 내 눈을 들여다보고 진심을 담아서 물어보자. 

어떻게 지내?". 

"지금 네가 원하는 것은 뭐야?" 

최소 하루에 한 번은 그런 시간을 갖도록 하자.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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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 - 고전에서 찾은 나만의 행복 정원
장재형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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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곁에서내삶을받쳐주는것들 #미디어숲 #고전문학 #인생지침서 #행복론 #장재형



​삶의 고통을 감내할 용기를 주는 고전


살다 보면 때로 삶의 무게에 짓눌려 허우적거리거나, 어딘가에 갇혀서 빠져나갈 출구를 찾기 어려울 때가 있다. 또 앞에 놓인 여러 갈래의 길 앞에서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지 몰라서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잠시 현실의 고민에서 벗어나 고전을 펼쳐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생각을 한다는 것은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다. 행동을 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 변화를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변화를 위해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노력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맞닥뜨리게 될 좌절이 겁이 나서이다. 하지만 지금의 안전한 상태가 좋다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내가 원하는 '미래'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 변화에 따른 고통을 감수하면 얻는 것은 경험과 결과이다. 만약 실패했다면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삶이 힘들 때 고통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책이 고전이다. 용기를 내게 만들어주는 책,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 또한 고전이다. 술술 페이지가 넘어가는 자기계발서와 비교하면 읽기 어려운 점은 단점이다. 그러나 꾹 참고 읽을 만한 가치는 분명히 있다. 



고전에서 찾은 28가지 사색


톨스토이는 다른 사람의 행복 속에 자신의 행복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자신의 행복을 구하는 일을 그만두고, 오로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려고 노력할 때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살고, 자신보다 남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될 때 우리가 바라는 행복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를 행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래도 선인들이 한 말이니 속는 셈 치고 노력이라도 해 볼일이다. 


28편의 고전 문학 속 주인공과 함께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으로, 기억이 희미해진 고전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읽었다. 삶에 대해 생각하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걷기 예찬

걷는 동안 여행자는 자신에 대하여, 자신과 자연과의 관계에 대하여, 혹은 자신과 타인들의 관계에 대하여 질문하게 되고, 뜻하지 않은 수많은 질문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다비드 르 브르통, 산문


달과 6펜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는 것이 뭐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 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서머싯 몸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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