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랜드
제시카 브루더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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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자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그물 밖에서 사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기를 바란다."

익명의 네티즌, AZDAILYSUN.COM



무너진 중산층, 차를 몰고 떠나다


떠돌이, 뜨내기, 부랑자, 정착하지 못하는 자들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었다. 하지만 세 번째 밀레니엄에 들어선 지금, 새로운 종류의 유랑 부족이 떠오르고 있다. 결코 노마드가 되리라고 상상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여행길에 나서고 있다.


그들은 전통적인 형태의 주택과 아파트를 포기하고, 누군가는 '바퀴 달린 부동산'이라고도 일컫는 벤과 중고 RV, 스쿨버스, 캠핑용 픽업트럭, 여행용 트레일러, 그리고 평범한 낡은 세단에 들어가 산다. 그들은 중산층으로서 직면하던 선택들, 선택 불가능한 그 선택들로부터 차를 타고 달아나는 중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홈리스'라고 부른다. 새로운 노마드들은 그 꼬리표를 거부한다. 주거 시설과 교통수단을 둘 다 갖춘 그들은 다른 단어를 쓴다. 그들은 자신들을 아주 간단하게 '하우스리스(houseless)'라고 칭한다.



집세와 주택 융자금의 족쇄에서 벗어나 선택한 거리의 삶


멀리서 보면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아무 걱정 없는 은퇴한 RV 족으로 오인될 수 있다. 사고방식과 외양으로 보면 그들은 대체로 중산층이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초저금리 정책의 영향으로 야기된 대침체로 인해 저금이 사라져 버려 임금으로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중산층들은 전통적인 형태의 '벽과 기둥으로 된 집'을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 살아나가기 위한 한 방편으로 집세와 주택 융자금의 속박에서 자신들을 해방시킨 사람들로, 밴, RV, 트레일러로 이곳저곳을 흘러 다니는 유랑 생활에 나섰다. 


'하우스리스' 또는 '노마드'들은 계절성 노동을 해서 얻은 돈으로 연료 탱크를 채웠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 일상적인 모욕과 오랜 시간의 육체노동은 벅차지만 삶을 살아내기 위해 초과근무 수당까지 챙기며 일한다. 노마드들은 캠프장에서, 월마트 주차장에서, 교외에서, 트럭 휴게소에서 밤을 보내기도 하고 날이 새면 다시 차를 몰아 길을 떠난다. 



떠돌이 노동자 


떠돌이 노동자들은 자신들을 '워캠퍼(workamper)'라고 부른다. 워캠퍼들은 이동 생활을 하는 현대의 여행자들로, 미국을 돌아다니며 캠핑터를 무료(대체로 전기, 물, 하수관도 포함)로 사용하는 대가로, 거기에 보통은 급료 또한 받으면서 임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저자가 대화해 본 워캠퍼들은 70~80대까지 쭉 일하리라 예상하면서도 자신을 '은퇴자'라고 칭한다. 어떤 이들은 자신을 '여행자', '노마드', '타이어 떠돌이' 혹은 자조하듯 '집시'라고 부른다. 외부 관찰자들은 그들에게 다른 별명을 붙였는데 '대침체기의 오키'에서 '미국인 난민', '돈 많은 홈리스' 심지어 '현대의 과수원 부랑자'까지 있다. 


미국에서 얼마나 많은 인구가 노마드처럼 살고 있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법이 고정된 주소지(다시 말해 가짜 주소지)를 유지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그들은 통계상 나머지 인구 속에 섞여 들어간다. 얼마나 멀리 돌아다니든 상관없이 공식적인 주소지를 두고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숫자는 없지만 미국의 유랑 노동자 계층이 주택시장 붕괴 이후 급증했고, 계속 증가해왔다고 한다. <뉴욕 타임스 매거진>은 2011년 말에 '밴에서 살기', 혹은 '밴 생활'은 이제 유행이라고 선언했고, 그해에만 120만 가구의 주택이 압류될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덧붙이면서 밴 판매량이 24% 증가했음을 알렸다.



아마존 물류창고의 계절성 노동자 집단 '캠퍼포스'


아마존은 워캠퍼들을 구하는 모든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모집자 자리를 지켜왔다. 아마존은 미국 전역 1여 개 이상의 주에사 열리는 노마드 친화적인 사업 장에 모집 부스를 설치해왔다.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는 2020년까지 워캠퍼 네 명 중 한 명은 아마존을 위해 일해본 경험이 있게 될 거라고 예견했다.


아마존에서 일하는 계절성 노동자가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하는지 상세하게 적혀있다. 그 내용을 읽다가 일간 신문에 기사화되었던 한국 쿠팡의 열악한 근무환경 사례가 생각났다. 기업 입장에서 워캠퍼는 별다른 교육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노동자인데다가 노동조합을 조직할 만큼 오래 머물지도 않는다. 거기다가 너무나 힘든 업무를 소화하느라 근무를 마치면 사람들과 어울리지조차 못한다. 



노마드의 삶


2008년 기준으로 미국 내 주택 중 압류된 주택의 비율은 87%에 달했고, 미국인 약 800만 명이 일자리를, 600만 명이 집을 잃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노마드랜드」에 등장하는 노마드들 대부분은 이 시기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노마드들의 사연은 다양하고, 절박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높은 학벌, 전문 분야,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안고 살아온 사람들이 60대, 70대 나이에 집, 직장 그리고 저축을 잃고 물류 센터나 놀이공원, 혹은 사탕무 수확 같은 불안정한 임시 일자리에 고용되어 저임금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재앙은 일시적인 우연이 아니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여왔던 시스템의 해악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결과이다. 문제는 피해를 보는 쪽은 항상 약자들이라는 것이다. 한국도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한국의 경제 상황과 겹쳐지는 부분들도 있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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