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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사라진 총의 비밀 -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빼앗긴 M1900을 찾아서
이성주 지음, 우라웍스 기획 / 추수밭(청림출판) / 2019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장군은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 일본 총리를 저격했다. 의거 후 체포되어 안중근 장군이 사형 재판을 받았던 곳은 중국 랴오둥 반도 남쪽 끝이자 신의주에서 서쪽 지역인 뤼순이었다. 당시 뤼순을 관할하던 관동도독부 수장은 오오시마 요시마사(大島義昌). 그의 고손자가 바로 현재 일본 총리 아베 신조다. 의거 110주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안중근 장군의 유해는 찾지 못했다. 안중근의 후손들은 살해와 협박, 그리고 주위의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한국에서 살지 못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2017년 아베 신조는 메이지 유신 150주년을 기념한다며 이토 히로부미, 무쓰 무네미쓰(조선 침략의 숨겨진 원흉으로 을미사변(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배후 조종자), 사이온지 긴모치(조선 침략에 앞장 선 일본 총리) 등의 옛 저택을 ‘메이지 기념 오이소 저택원’으로 정비사업을 벌였다. 2019년 아베 신조는 한국에 경제 공격을 시작했다.
2018년 중국의 안중근 기념관에 브라우닝 하이파워(M1935) 총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3명의 총기 매니아는 거북함을 느낀다.(‘응답하라 1988’에서 나오는 자동차가 ‘제네시스’일 때 느끼는 거북함?) 내친김에 다른 곳도 알아봤다. 남한의 안중근 기념관에는 플라스틱 모델 총이 전시되어 있었다. 북한에서 1979년 만들어진 안중근의 영화에는 ‘64식 권총’이 사용되었다.
안중근 장군의 의거 후 퍼진 창가와 신문 기사에는 육혈포(리볼버revolve – 서부 영화에 나오는 탄알을 재는 구멍이 6개 있는 권총)가 쓰인 것으로 표현됐다. 대한민국의 관련 기념관, 박물관 어디에도 안중근 장군 의거 때 쓰인 M1900은 없었고, 이들은 “그래 우리가 해보자”라며 행동한다.
M1900은 총기계의 천재 존 브라우닝이 만든 자동 권총이다. 실용적 측면에서 최초로 슬라이드를 장착한 권총이다. 슬라이드는 격발-탄피 배출-재장전이라는 과정을 자동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인데, 이 슬라이드 덕분에 당시의 리볼버 총보다 속사가 가능해졌고, 휴대성은 높아졌고, 명중률은 상승했다. 특히 M1900은 반동이 거의 없어 한 손 사격에 최적화 되었다. 때문에 사냥꾼 출신인 안중근 장군은 이토 히로부미 저격에 당시 최신품인 M1900을 사용했다.
일본에서는 의거에 쓰인 M1900(총기번호 262336)을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분실’ 했다고 한다. 일본은 모형 총 시장의 큰 손이기도 한데 M1910 시리즈만 있고 M1900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비록 만들어진지 110년이나 지났지만, 70만정이나 생산 되었으니 혹시 구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실총을 구해본다. 여러 루트를 통해 ‘상태가 괜찮은’ M1900을 찾아보기를 석 달 쯤. 마침내 미국 총기 경매 사이트에서 미개봉 중고 신품을 구한다. 하지만 아무리 총기 소지 천국인 미국이라고 해도 행정 절차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총기 라이선스 등 각종 서류를 준비하는 동안 총기 판매자는 돈을 받지 못해 화가 났지만, M1900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자, 총기 판매자는 굉장한 영광이며 명예로운 일이라며 구매자들의 서류 준비를 기다려 준다.
이 과정은 10월 26일 KBS1에서 “안중근의 총”이라는 다큐로 방영되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이 달의 우수 프로그램으로 뽑혔다. 하지만 의거 110주년이 끝나가는 12월 22일에도 M1900은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했다. 총기 반입 관련 공무원들에게는 굉장한 난제이며 시말서 쓸지도 모를 일이라며 서류를 거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M1900이 대한민국 정부의 의미 있는 박물관에 전시되는 해피 엔딩으로 끝나길 희망한다.
ps. 일본 미야기현 구리하라(栗原市)시에는 안중근을 기리는 절, 다이린지(大林寺)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