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창일 때의 일이다. 온 세계를 잠식한 바이러스는 일주일 간 도시를 멈춰 세웠다. 식료품 판매점을 제외한 모든 다중 이용시설이 문을 닫았다. 외출 자제 명령이 내려졌고, 내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에는 층간소음 주의 방송이 수시로 흘러나왔다. 밖은 고요한데, 실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초인종이 울렸다. 수미씨가 방문하는 날이었다. 수미씨와 내가 활동지원사로 인연을 맺은 지 어느덧 4년째 되던 시기였다. 그녀는 내가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선한 사람이다. 그녀와 나의 관계는 빛과 그림자 같다.
나는 정오의 태양이 싫었다. 태양이 가장 높을 때 내 그림자는 가장 초라하게 쪼그라들기 때문이었다. 나는 수미씨가 좋다. 그러나 자주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녀 옆에 서 있다가는 내 삐뚤어진 마음이 더 도드라지게 튀어나와버리고, 나는 그런 내 자신을 혐오하고 만다.
수미씨를 돌려보내고 샤워를 길게 했다. 에어컨을 켜고 인공지능 스피커로 파도소리를 재생시켰다. 창 앞에 의자를 가져다두고 진한 커피를 마셨다. 습관처럼 창밖을 내다본다. 내게는 밤과 낮의 경계가 없다. 단지 시간으로 밤과 낮을 구분할 뿐이다. 나를 좋은 사람이라 했던 어떤 선배는 밤에는 밤의 냄새, 낮에는 낮의 냄새가 난다고 했다. 나는 비웃었다. 냄새는 시간에 따라 바뀌는 게 아니라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다리를 끌어안고 몸을 동글게 말았다.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나는 마모된 몽돌이다. 까맣고 동그란 몽돌. 바다는 나를 끌어당겼다가 멀찍이 밀어놓기를 반복한다. 누구에게나 불행을 견디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불행을 참아내고 있다.
어느 날 수미씨가 내게 언제 가장 행복한지를 물은 적이 있었다. 나는 불행을 잊고 있을 때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수미씨는 장애가 불행의 원인이라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눈이 먼 게 불행한 게 아니라 이 상태로 영원히 살아가야 한다는 게 진짜 불행이라고 말했다. 곧 바이러스는 진정될 것이다. 세상은 예전의 일상으로 차츰 복귀해나갈 거다. 내 기준으로 팬데믹은 진짜 불행이 아니다. 그것에는 끝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앞뒤로 흔들던 몸을 좌우로 흔든다. 몽돌은 수심 깊이 가라앉는다. 나는 갑자기 행복해졌다. 정지된 도시 속 건물의 소음이 내 불행을 달래주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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