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둠을 훑어보았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어둠뿐이었다. 하늘을 수놓는 수백 송이의 불꽃이 궁금했다. 그러나 지금 저 불꽃을 볼 수 없다 해서 아쉽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나의 불꽃은 더 찬란하고 빛나기 때문이었다. 창을 닫고 반듯이 앉아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는 나의 불꽃을 보았다. 땅에서 시작된 빛무리가 하늘에 올라 산산이 흩어지며 하얗고 노란 빛이 되어 쏟아졌다. 빛은 금방 사그라졌지만 내 가슴에 반짝이는 수를 놓았다.
나는 오랜만에 너를 생각했다. 너와 나는 궤도에서 벗어난 이탈자였다. 열여섯 너에게서는 고된 하루의 냄새가 났다. 너는 일찍이 아버지의 역할을 떠맡아야 했다. 하루종일 양파를 까고,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다녀야 했다. 당연히 학교에 다닐 시간이 없었다. 너는 평범에서 벗어난 이탈자였다. 나도 그랬다.
차는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 어느 순간 멈춰 섰다. 차창 밖으로는 쓔우욱 쾅쾅쾅! 요란한 폭죽소리가 끝도 없이 울려퍼졌다. 나는 기억 속의 또다른 불꽃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때 드르륵, 안방 문이 열리더니 잠옷 차림의 엄마가 내게로 왔다. 엄마는 담배에 불을 붙여 물고 내 앞에 쪼그려앉더니 노련한 형사처럼 추궁하기 시작했다. 나는 남은 불꽃을 엄마 앞에 대령하면서 이렇게 요란한 소리를 낼 줄 몰랐다고, 납작 엎드렸다. 엄마는 건네받은 불꽃을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내려다보았다. 그러더니 불꽃으로 내 머리통을 한번 툭 친 후 불꽃 세 가닥을 한꺼번에 모아쥐고는 불을 붙였다. 그때 본 일렁이는 불빛 너머의 엄마 얼굴은 아마 방금 전 내 표정과 다르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엄마와 나는 타오르는 불꽃을 같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벼락이 하늘을 세 번 두들겼다. 또다시 개들이 일제히 짖어댔다. 세상 모든 개가 다 죽기 살기로 짖는 것 같았다. 차들의 비상경보가 앵앵 울어댔다. 마을 사람들이 러닝 차림으로 뛰쳐나왔다.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펌프질했다. 엄마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어댔다. 나도 입을 틀어막고 낄낄거렸다. 엄마는 제 몫을 다하고 꺼진 심지들을 내게 건네면서 불량배처럼 말했다. "진~짜! 재밌다. 불꽃 더 없냐?" 나는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옆집 할머니가 담 너머로 우리 마당을 건너다보았다. 엄마는 태연히 할머니를 상대했다. 잠들면 업어 가도 모르는 남동생이 졸린 눈을 비비며 나왔다가 우리를 보고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 "사고뭉치 모녀 때문에 남부끄러워 못 살겠어."
나는 일이 끝난 뒤 김 선배에게 전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나만의 별과 불꽃을 꺼내볼 수 있었노라고. 내 안에 살아 있는 별과 불꽃들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고 여전히 아름답고 생생하게 잘 있더라고, 말해야겠다.
열다섯 살의 내가 가장 두려웠던 사실은 앞으로 세상을 못 볼 거라는 선고보다 당장 이 사실을 어떻게 엄마에게 말해야 할지였다. 며칠을 끙끙 앓다가 엄마에게 몽땅 털어놓았을 때 엄마는 질 나쁜 농담을 들은 것처럼 믿지 않으려 했다. 엄마를 대동해 다른 병원에 가서 처음부터 검사를 다시 했다. 결과는 같았다. 엄마는 나보다 더 절망에 빠졌다. 내 담담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는 뭐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아! 이 철딱서니야! 너 이제 장님 된다잖아!" 엄마가 굳이 확인해주지 않아도 내가 더 잘 알고 있는 미래였다. 나는 애써 담담한 척 연기를 했을 뿐이었다. ‘내가 괴로워하면 엄마가 더 슬퍼할까봐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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