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이나 교제살인과 관련해, 왜 피해자들이 그렇게 폭력적인 사람을 만나는지 의아해하며 은근히 피해자를 비난하는 시선이 존재한다.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은, 가해자들이 처음부터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자상함과 예의 바른 태도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피해자에게 ‘왜 나쁜 남자를 좋아하느냐’고 비난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여성차별적 문화의 태도를 비판 없이 받아들이다 보면 ‘나쁜 남자를 피하면 되겠구나’ ‘폭력적인 사람을 처음부터 안 만나면 되는 거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는 나쁜 남자를 좋아하지도 않고, 폭력적인 남자라면 질색이기 때문에 결코 그런 사람을 만나지 않을 거고, 그래서 교제폭력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원인을 여성에게서 찾는 성차별적 사회는 이처럼 여성들에게 잘못되고 위험한 신호를 준다. 단언컨대 교제폭력, 교제살인에 희생된 여성들은 남성의 공격성과 폭력성을 매력으로 여긴 사람들이 아니다.

상대를 존중하기 때문에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과, 상대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러는 것을 처음에는 구분하기 어렵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가까워지고, 성관계를 맺는 친밀한 사이가 된다면 점차 폭력적인 성향이 드러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알아둘 것이 있다. 의심과 집착은 연인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유형의 애정이 아니다. 그것은 폭력의 시작이자 징후다.

가해자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의심이다. 이를 사랑이라고 포장하거나, 애정 관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며 거짓말하기도 한다.

가해자는 이미 폭력을 행사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어떻게 대응하든 폭력을 피할 수 없다. 피해자가 무슨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폭력은 시작되고 점점 심해진다. 그런데도 가해자는 모든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린다.

가해자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가해자들이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미성숙한 인격이기 때문이다. 애정을 갈구하는 어린아이의 순진무구함으로 착각될 때도 있지만, 성장하지 못한 미성숙한 인격인 것이 전부다.

친밀한 관계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들은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만약 당신이 상대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늘 눈치를 보고 있고, 지금은 잠시 평온해 보여도 언제 상대가 돌변해 화를 낼지 몰라 늘 불안하다면, 이미 폭력의 피해자다. 어떻게 맞춰줄지 고민하거나, 상대를 화나게 한 자신을 자책할 일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그 관계를 어떻게 단절할지 고민하는 것이다.

폭력은 여성을 빈곤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폭력은 여성의 사회적 활동, 특히 경제 활동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자살 협박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폭력성과 비난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해 결별 의사를 밝힐 때 자주 벌어진다. 이때 가해자의 협박은 이별 통보의 충격으로 인한 진정한 자살 의도라기보다는 상대에게 심리적 부담을 전가해 상대를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려는 통제의 수단인 경우가 많다.3 따라서 이러한 위험 신호를 인지하고, 피해자의 주변 사람이나 수사기관은 적절한 대응과 지원을 해야 한다.

경찰의 위험 불감증은 가해자 대면 이후의 조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경찰 수사 과정들을 살펴보면, 경찰이 피해자가 처한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다. 가해자는 경찰 앞에서는 대체로 온순한 태도를 보인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했던 것처럼 난동을 부리거나 위협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경찰은 자신들 앞에서 온순하고 때로는 협조적으로 보이는 가해자를 임의로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경찰의 태도와 인식 수준으로는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 피해자의 입장과 경험을 바탕으로 가해자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를 평가해야 함에도, 경찰은 이러한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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