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갈수록 특정 인물이나 직업을 지칭할 때 점점 더 격조 높아 보이게 호칭이 달라지는 것 같다.

결국 호칭이란 가까운 가족이나 친인척 간의 호칭은 별 문제가 아니고, 사회에서 객관적으로 불릴 때는 그 사람의 외형과 풍기는 인상이 중요하다 하겠다.

이제는 모든 면에서 ‘이게 맞나?’ 자신의 상식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실감한다.

늙는다는 것은 불편함을 견디는 힘이 점점 약해진다는 뜻이다.

모든 불편함은 제때 해소해야 살 것 같다.

그래, 난 지금 이걸 꼭 해결해야겠어. 불편한 건 못 참아! 나도 젊었을 땐 이런 것이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해봤다.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는 여러 나라의 언어를 구사하며 외국에서 살기도 하고 세계를 내 집처럼 휩쓸고 다니는 사람도 많단 말이지. 그러니 이런 젊은 사람들은 우주적 사고를 하면서, 좁은 나라 안에 갇혀 사는 우리하고는 영 다른 사고를 펼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내가 젊은이들의 여러 삶의 형태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형편이 못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싶다. 그러니 나는 이제 반성하고 다른 세대의 형태나 사고방식 그 외 다른 것들에 대해서 다시는 간섭할 마음을 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살면서 내가 저질러온 멍청했던 짓들을 생각하면 이불킥을 하게 되지만, 그때 그 일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좀 편안해진다. 아마도 나이가 많아서 잊었거나 어쩌면 죽고 없는지도 모르고, 나 외에는 나에 대해 관심 가지는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요새 사람들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부분부분 신경써서 관리하고, 온몸의 부위별로 근육도 키워야 하고, 어떤 부분은 어떤 방식으로 운동해줘야 한다는 여러 상식에다 간과 콩팥, 장과 심장, 위장, 폐까지 뭘 먹으면 좋고 혈행 개선을 위해서는 어떤 음식을 먹는 게 좋다는 것까지 다 알고 실천하려고 하니 사실 자기 몸뚱이 하나 건사하는 일만도 하루해가 다 갈 판이니 어찌 바쁘지 않겠는가?

옛날에는 날씨를 좀 예견할 줄만 알아도 도사 대접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특정한 분야에서 다른 사람보다 조금만 더 많이 알고 있으면 우르르 몰려가 대단한 사람으로 봐줬다. 지금은 이 모든 것이 손 안의 폰 하나로 해결된다. 실시간으로 세상의 모든 일들을 다 알아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정보를 너무 많이 알아도 이것이 더 많은 혼란을 일으키는지, 요새 사람들은 더 많이 불안해하고 아는 만큼 더 많은 질병들이 생기는 것 같다.

이제 모든 것은 변했고 다음 세대는 어떤 형태로 살아갈 것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나는 참 운좋게도 그냥저냥 평탄하게 살아온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이 겪었을 여러 인생살이와 이런저런 사건사고와 경제적 결핍과 허약 체질과 남편과의 불협화음이 있었음에도 말이다. 익명으로 살 수 있었던 자유로움과 처치 곤란한 재물 때문에 머리를 썩여야 할 일이 없음에도 감사한다. 나는 이제 어느 정도 자유롭다. 관습과 도덕으로부터, 또 종교와 신념으로부터, 이런저런 인간관계로부터도 거의 자유롭다. 다만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는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으며 지금까지 먼 길을 온 것만으로도 나는 감사한다.

여행을 가면 첫째로 집에서도 잘 못 자는 내가 잠자리가 바뀌니 더 못 자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위장이 좋지 않으니 낯선 음식에 소화도 잘 안 된다.

사람이 어쭙잖은 일로 이렇게 크게 영향을 받는구나 싶었다.

심란하거나 난감하거나 왕짜증이 나는 정도는 어쨌든 어찌저찌 해결할 수 있는 좀 불편한 일들에 불과한 것이다. 전 지구적 대책 없는 큰일들을 생각하면 그나마 이 정도로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다 싶다. 제발 기후위기나 자연재해, 대형 산불 이런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날들이 이어지길 기원한다.

세월이 오래 가고 보면 한때 친했던 사람도 이름이나 얼굴조차 가물가물하고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생각보다 인간관계가 상당히 허망하다. 그러니 한때의 관계에 목매지 마라.

이젠 거의 다 정리가 되고 다들 모임 자체를 안 한다. 모두 다 챙겨입고 걸치고 어디 장소로 찾아가고 이런 것들이 귀찮단다. 그러니 아직 원기 충천하고 바쁘다 비명을 지르면서도 친목모임을 하고 그러면서 사는 게 젊은 시절일 게다.

예전에는 밥을 밖에서 먹더라도 가까운 집에 가서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아무도 자기 집을 제공하고 싶지 않은 시대가 된 것 같다. 그러니 친지의 집을 방문하는 일은 극히 줄어들었는데, 집의 인테리어에 들이는 관심은 또 왜 그렇게 요란한지 알 수가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쓸 무렵 자신의 주인공들이 반드시 지녀야 할 세 가지 요소로 유머, 친절함, 자기 억제를 들었다. 이 세 가지는 인간 존재의 본질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적인 것이라는 거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지니는 모순, 자아, 공포 따위는 쓰지 않아도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구태여 쓸 필요가 없으며, 자신의 주인공들에게 모든 것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 것, 모든 사물과 나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둘 것을 요구한다. 인간으로서 가지는 부정적인 요소는 잠시 접어두고, 유머와 친절함, 자기 억제라는 덕목으로 가볍게 날아올라보는 건 어떨까? 심각한 모든 것들도 다 지나가기 마련이다.

나이를 이만큼 먹고 곰곰 생각해보니 모든 것은 이미 지나갔거나 지나가고 있거나 지나갈 것들이다. 그러니 인간끼리의 관계를 너무 심각해하지 말고 가뿐하게 생각하고 유연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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