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에도 유익한 방송이 차고 넘친다. TV처럼 일방적으로 나오는 방송이 아니라 내가 선택해서 볼 수 있는 이런 방송들이 있다는 게 너무 맘에 든다. 문제는 이렇게 유익하고 정성 가득한 채널에는 사람들이 별로 접속하지 않고 별 시답잖은 일회성 연예인 뉴스 같은 데는 조회 수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가 살던 시대로부터 너무 멀리 와서 새로운 것들을 다 수용하기는 불가할 것 같다. 앞으로는 더 빠른 속도로 기계문명이 발전할 테고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도 이해 불가의 상황까지 가게 될 것이다.

제대로 못 먹고 살던 시대에야 부모의 임종 전 병원에 가서 비싼 주사라도 한 대 맞혀 보내드려야 마지막 효도를 다 한 것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에게 죽음은 이미 병원에서 맞닥뜨리는 일이다. 나는 죽을 때가 되면 집에서 평화롭게 죽을 수 있는 자유를 누리고 싶다. 그러려면 이제 아무도 안 볼 때 갑자기 죽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아무튼 나는 요즘 유튜브로 세상을 보고 배우고 같이 놀기도 한다.

비단 부부간의 신의만이 의리가 아니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라 할지라도 인간관계에서는 의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왔다면 내 부모의 안부를 묻고, 같은 공간에서 생활까지는 안 하더라도 근황을 파악하고, 필요시에는 마땅한 조처를 취하는 게 사람됨의 근본일 터이다.

의리를 잘 지킬 수 있는 것도 유능해야 할 수 있다. 인간관계를 잘 이어나가고 서로를 돌보는 면에서도 여자들이 유능하다. 알고 보면 의리라면 여자인 것이다.

내가 살아온 동안이 바로 우리나라가 발전되어온 적나라한 세월이어서, 돌아보면 어린 시절이 아득하고 마치 후진국에서 태어나 선진국으로 이민 온 사람처럼 정체성에 혼란이 올 정도라 요즘 젊은이들의 행동들이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것들도 많다. 하지만 지금 나는 선진국에 살고 있다는 주문을 외우며 어쨌든 이해하고 수용해보려고 적극 노력하고 있다.

요새는 뭐 궁금한 게 있으면 유튜브부터 켜본다. 온갖 게 다 있다. 참 무슨 이런 시대가 도래했나 싶다.

부부간이나 부모 자식 간에도 의리가 중요하다면 모든 인간관계의 핵심은 결국 의리에 있다 하겠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배움과 방법이 유튜브에 다 있다고 해서 배워지는 건 아니라는 것도 배웠다

이러니 옛날만큼 책이 안 읽힌다. 다 늙은 나도 그런데 요즘 젊은 아이들이 책을 잘 읽겠나 싶다. 단순히 책을 읽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관심을 끄는 게 너무 많아서 남들도 하는 것은 어쨌든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현대인들이니 조용히 책을 읽고 있을 환경이 못 된다.

나는 꿈을 꾸다 잠에서 깨고 나면 거의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 그만큼 인상 깊은 꿈을 꾼 적이 별로 없다는 말이다.

나는 내가 그쪽에 별 관심이 없고 복채를 자주 갖다주지 않으며 이 나이까지 살아온 것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별 탈 없이 살던 사람도 아이들이 진학할 때나 남편의 진급이나 개업을 앞두고 마음이 불안해져서 점집에 가서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하니, 불확실한 시대의 불안이 우리를 이런 곳으로 이끄나보다. 사람이 살면서 왜 앞날이 궁금하지 않겠는가? 우리 어머니 세대는 신년이 되면 당연한 수순으로 신년 운수나 토정비결 등을 보러 갔고, 점집들은 이때가 제일 손님이 많아 운수가 대통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옛날 사주 봐준 사람들(어머니가 한 곳에만 간 것이 아닐 거라는 뜻)이 했던 말이 틀리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 방비를 단단히 한다 하더라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올 일은 오고야 마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 그렇다면 미리 알고 전전긍긍할 것도 못 되니 차라리 맘 편하게 내 꿈은 개꿈이려니 생각하는 것이 속 편하다.

엄마가 되기 전의 나는 거침없고 씩씩하고 사회정의를 부르짖는, 또한 남녀 불평등의 산 증거인 남편을 쳐부술 수 있는 용감한 전사였다. 그러나 엄마가 되고 나니 사회정의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한없이 비겁해져서 남편의 부당한 처신도 감싸안고 내 바운더리를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만 강해져갔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다.

인생살이에서 보통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선량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제일 좋지 않나 싶다. 젊은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금수저로 태어나면 거기에 상응하는 뭔가가 되어 보여야 하기 때문에 인생이 피곤해진다. 그렇게 좋은 환경과 뒷받침에도 별 볼 일 없는 존재에 머무른다면 그 또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겠는가. 누구나 자기가 짊어져야 할 생의 무게가 있는 법이다.

살아보니 인생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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