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적극적으로 싸우기를 선택했다. 그럴 경우 피해자의 눈높이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연대자의 몫이다. 나는 고소장, 공소장, 피해자 진술조서 등 각종 수사·재판 기록물에 대해 분석하고 공판을 모니터링한 결과물을 토대로 증인신문에 대비하도록 했으며, 관련 의견서와 탄원서를 작성하도록 도왔다. 아울러 ‘비방의 목적’과 관련해 재판부가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박ㅇㅇ과 만화가 박재동의 친분, 허위 게시물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한 자료 등을 준비하도록 조력했다.
모모 씨의 가해자는 이후 불복해 항고 등을 이어갔으나 모두 기각되었다. 또한 민사 손해배상 소송 역시 조정으로 마무리했다. 폭로 내용과 관련한 형사소송에서 모두 "사실적시이자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라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에 가해자는 원고로서 민사 손해배상을 이어갈 명분이 없었다
보복성 고소에 대응하면서 여유를 찾은 모모 씨는 가해자를 협박으로 고소했다. "살해 협박이 있었으나 그 방법이나 수단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반복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수사기관이 판단하면서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긴 했지만, 모모 씨는 수사기관에 나가 가해자를 가해자로 부를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자신의 피해를 직면하고, 가해자의 잘못을 지적하며, 그것에 대한 공적 판단을 구하는 과정이 모모 씨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회복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모모 씨는 이후 나와 함께 프로젝트 팀에서 활동하는 연대자가 되었다. 팀 활동을 종료한 이후에도 그는 다른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또한 멀리 돌아가기는 했으나, 교제폭력의 피해자가 되면서 배제당한 그의 자리를 다시 찾았다. 대다수의 피해자들이 자신의 원래 자리를 빼앗기는 현실에서 그의 사례는 다른 피해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었다. 그렇게 그는 피해자로, 연대자로, 나의 동료이자 친구로 내 곁에 있다. 가해자와 그 지인들의 언행은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으며, 앞으로도 틀릴 것이다.
‘보복성 고소’란, 성폭력 피해자들과 교제폭력 피해자들이 피해를 신고·고소·(외부)폭로한 후, 가해자와 그 지인·이해관계인이 피해자를 대상으로 제기하는 다양한 민형사상 소송을 의미한다. 이러한 보복성 고소는 피해자뿐 아니라 그 지인, 연대자, 제3자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이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보복성 고소와 관련해서는 앞으로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문제, 수사 과정에서의 무고 인지 문제, 원 피해 사건 재판 과정에서의 양형 반영 문제 등 풀어가야 할 다양한 숙제들이 쌓여 있다. 피해자의 말을 막고 연대와 지지기반을 무너뜨리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가해자들의 ‘보복’을, 이 사회는 어떻게든 막고 책임을 지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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