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겪고 있는 시행착오들이 불필요한 과정이 아니라 어쩌면 훗날 멋진 곳으로 가기 위한 아주 중요한 단계일지도 모른다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경로는 종종 돌아가고, 흔들리며, 예상과 다르게 펼쳐지지만 그 모든 경험은 결국 고스란히 쌓여서 의미를 갖게 된다고도 했다.
내가 초라하다고 느낄수록 나를 더욱 가혹하게 채찍질해 왔던 것이다. 애쓰고 있는 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격려하고 응원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인데 말이다. 나는 그의 말대로 나한테 친절해지고 싶어졌다. 내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마다 스스로에게 친절하게 내미는 손, 나는 허준이 교수를 통해 그 손을 어떻게 내밀어야 할지를 배웠다. 내가 나에게 하는 부정적이고 가혹한 말들, 그 말들을 먼저 멈추어야 한다.
지금 삶은 보너스 게임이라고, 오늘을 살아 내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사는 거라며 일찌감치 그 누구도 믿지 않겠다 마음먹었다면 그런 고민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과 어울려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그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게 아닐까. 어려움에 처한 타인을 보면 마음이 쓰이고, 자꾸만 계산적으로 변해 가는 내가 싫고, 상처받더라도 다시 사람을 믿어 보고 싶은 게 아닐까.
세상에 손해 보며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마음이 커지면 매사에 계산적이고 따지는 게 많아지며 그럴수록 주변에 사람이 없게 된다. 즉,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마음이 나를 지켜 주는 게 아니라 나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살다 보면 나는 별것 아닌 작은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겐 오래도록 기억되는 일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언젠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큰 따뜻함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당장엔 손해 같아 보여도 그것이 훗날 어떻게 돌아올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반대로 당장엔 이익을 보는 것 같은데 그것이 독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그래서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 전우익 선생이 그렇게 말한 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혼자만 잘 사는 삶보다 내 곁의 사람들과 함께 잘 살아가길 바란다. 별것 아닌 것도 함께여서 즐겁고, 작은 것도 나누며 그렇게 나이 들어 가길 바란다.
생각해 보면 살아 있는 한 심장은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어떤 순간에도 무서울 만큼 자신의 본분을 다한다.
인간이 살겠다고 굳게 마음먹으면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닐까. 그래서 나는 뭐든 지레 겁먹고 포기하기보다 일단 포기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기로 한다. 내가 어느 만큼 버틸 수 있을지는 결국 부딪쳐 봐야 알 일이다. 나는 그렇게 지금도 강하게 뛰고 있는 심장을 굳게 믿어 보기로 한다.
"삶의 지배권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 자신의 의지가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기울이는 요령을 터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김정자 할머니의 삶을 지켜보면서 ‘해야 할 일들’ 대신 ‘하고 싶은 일’을 늘려 나가야 할 명확한 이유를 발견했다. 그 일이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누가 뭐라든 내가 원하고 힘들어도 그 일을 할 때 즐겁고 살맛이 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내 마음에 귀 기울이며 나답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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