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사력을 다해 쓰는 사람.

이번 책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거쳐간 사람들과의 소설 같은 추억들을 어렵게 꺼내 보인다. 때로는 너무 그리워서 수년간 입에 올리지 못했던 사람을, 서럽고 고달파서 쉬이 삼키기 어려운 주방노동자들의 사연을, 또 때로는 서울 변두리 동네 가난했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끄집어내기도 하면서 연신 사라져 가는 것들을 어루만진다. 갈수록 냉기가 도는 세상에 기어이 차오른, 철없지만 다정했고 눈물 나게 고마웠던 음식과 사람에 얽힌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독자들의 마음에도 울컥, 치미는 그리움이 있을 것이다.

사람이란 종족은 먹으면 저장하려고 든다. 유전이다. 언제 또 먹을지 모르니까. 고지혈증은 그러니까 원래는 좋은 시스템이다. 당대에 와서 언제든 먹을 수 있게 되니 병이 되었다. 맞다. 우리는 잘 먹는다. 많이 먹는다. 그렇지만 흘러간 기억 안의 사람들과 먹을 수는 없다. 그게 그립고 사무쳐서 잠을 못 이룬다.

기억해야 할 사람들 얘기를 쓰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죽은 사람이 여럿이다. 혼자서 막걸리를 마실 때면 그들이 더 생각난다. 그 기록이다. 《시사IN》에서 귀한 지면에 받아주었고, 독자들의 독촉으로 다음 이야기를 썼다. 책 한 권이 되어서 낸다.


2024년 1월
박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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