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에는 대통령이 국회에 온다기에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찾아갔어요.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약속했잖아요. 약속 지켜주세요. 진짜 잘못한 사람 잘못한 만큼 벌주세요. 우리처럼 힘없는 사람들, 우리끼리 싸우게 하지 마세요." 못 들어가게 할 것 같으니까 이틀 전에 들어가서 아예 바깥으로 안 나왔어요. 핫팩 차고 겨울잠바 입고서 이틀 동안 국회에서 노숙을 했어요.
우리 힘만으로는 안 돼요. 언론에서 다 막아버려요. 부모들이 외치는 거, 허허벌판에 메아리예요. 그래도 이것마저 안하면 다 끝났다고 인정해버릴까봐, 그러면 내 자식한테 더 죄를 짓는 거 같아서 이렇게 소리치는 거예요. 그건 진짜 죄예요. 처음엔 내 자식 일이라서 돌아다녔지만 이제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려서 포기가 안 돼요. 여기서 포기해버리면 나라가 버린 내 자식을 부모가 또다시 버리는 셈이니까. 죽어서 내가 우리 애를 어떻게 봐요. 그래서 이 말주변 없는 엄마가 전국을 다니면서 간담회를 하게 됐어요. 뭐라도 알려야 될 것같아서. 잊히는 게 무서워서.
그래도 지금은 상태가 좀 나아진 게, 똑바로 살다가 내 새끼 봐야 하니까, 내 새끼 보려면 이렇게 멍청하게 살면 안 되는데 싶어서. 가서 원 없이 만져보고 끌어안고 싶어요. 그래서 이렇게 돌아다니는 거예요. 다른 가족들이 아마 그럴 거예요. 저 엄마는 여기 가도 있고 저기 가도 있는데 누구 엄마인지는 모르겠다고. 우리 아이는 너무 평범하고 다른 애들처럼 특별한 재주가 없어서 누가 뭐 하자고 하면 "아니야, 아니야" 그랬어요. 호성이에 대해서 특별하게 이야기한 게 없어요. 그런데 애가 국어선생님이 꿈이었으니까 TV나 기사에나오는 것보다, 책에 한장이라도 남으면 애가 좋아하겠다 싶어서 인터뷰하겠다고 한 거예요.
다른 유가족 어머니들 말 들어보면 굉장히 착한 애들이 너무너무 많더라고. 엄마하고 사이도 좋고 공부도 잘하고 말썽도 안 피우고. 그렇게 아들하고 딸하고 사이가 좋아서 헤어지는 사람들도 너무너무 가슴이 아프지만 나처럼 사춘기 때 사이가 안 좋다가, 서로 대치하다가 떠나보낸 그 아들과 딸에 관한 아픔도 정말 크거든. 후회가 굉장히 많이 남아요. 사이가 좋았던 부모나 나빴던 부모나 그 아픔이라는 건 똑같은 거 같아요.
초기에 트라우마센터에서 왔었어요. 그때는 우리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몰랐어요. 지금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애가 없는 빈 자리가 더 커져서 갈수록 아프거든. 점점 더 아픔이 느껴져. 아이의 빈 자리가 정말 말도 안 되게 큰 거야. 애가 있었는데 없어졌어요. 있다가 없어진 게, 그냥 둘 중 하난데… 17년 동안 같이 있었던 애가 하루아침에 없어진 이 사실이 뭐 어떻게 감당이 안 되는 거예요. 모든 부모들이 그래요. 시간이 갈수록 그 아픔이 점점 커져가고 있어요. 갈수록 태산인 것 같아요. 광주 오월어머니회 분께서 "죽어야 잊지그걸 어떻게 잊느냐"고 하신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절대로 잊는다고 잊히는 것도 아니고 죽을 때까지 갖고 가야 할 그런 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