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어른은 하나의 도서관과 같다고 한다. 인생의 지혜는 세월의 깊이와 비례하기에 어른의 삶 속에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철학이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요즘은 도서관이 가장 느리다. 새로운 정보는 언제나 인터넷에서 시작되고 단물 다 빠진 뒤 뼈만 남을 때쯤 도서관에 도착한다. 그래서 요즘 어른들은 아는 것도 많지만 모르는 것 또한 너무 많다. 그날 아빠의 말이 유독 소년 같았던 이유다. 그런 연유로 알게 된 것이다.
내가 아빠의 아빠가 되어줘야 할 때도 있다는 걸.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만 19세가 넘은 모두를 어른이라 공인하기에 세상은 너무 빠르고, 어렵다. 심지어 더 가파른 속도로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기에 우린 서로가 서로의 어른이 되어줘야 한다. 다시 한 번 소년 같은 아빠가 될 기회를 줘야 하고 신입사원 같은 부장이 될 용기도 가져야 한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책임지기에 나는, 아빠는,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너무 어리다.
"행복에도 자격이 필요하다." 그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뉴턴의 작용 반작용의 법칙처럼 강한 불행은 그만큼의 행복은 아니어도 적당량의 행복은 반드시 돌려준다. 그러나 우린 그걸 인위적으로 막는다.
어느새 누군가가 대신 벌을 줄 수 있는 나이가 지났다.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을 만나도 인생에 대해 논할 수 있는 나이가 됐고 작은 잘못조차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성인이 됐다. 그러나 나는 잘 혼나는 법은 배웠어도 제대로 벌주는 법은 아직 배우지 못했다.
오랜 시간 깊이 우울해한다고 달라지는 건 조금 더 망가진 내 마음밖에 없었다.
요즘은 기록적인 실패를 해도 그냥 내가 웃게 둔다. 불행에 적정 기간 따윈 두지 않고 행복이 새 나올 틈도 기껏 메우지 않는다.
나는 그저 다음 인생을 살 준비가 됐을 뿐이다. 실패는 슬프지만 오늘로 끝낼 것이다. 그게 내가 웃음으로 불행에게 보내는 신호다.
나는 이제 웃으며 다음을 살 것이다. 나는 오늘은 실패했지만, 내일은 웃으며 다시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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