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발언의 자유를 가진 모든 사람의 첫 번째 의무는, 이런 당연한 권리를 빼앗겨 직접 발언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을 대신하여 발언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모든 권리를 공격하고 죽이는 행태가 현재 끔찍할 정도로 너무 과하여, 얼마나 거대하고 견고한 침묵 지대가 유럽 한복판에 만들어졌는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심각한 착오다! 어떤 판단을 내릴 때, 내 나라냐 남의 나라냐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 어쩔 수 없이 늘 같은 형태로 발생하는 착오다. 모든 인간은 권리와 신성한 의무를 지닌 불가분의 통일체고 어떤 깃발과 이름과 이념으로 저질러지든 범죄는 범죄라는 사실을 망각할 때 발생하는 착오다.
침묵, 뚫을 수 없는 침묵, 끝없는 침묵, 끔찍한 침묵. 나는 그 침묵을 밤에도 낮에도 듣는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로 내 귀와 영혼을 가득 채운다. 그것은 어떤 소음보다 견디기 힘들고, 천둥보다, 사이렌의 울부짖음보다, 폭발음보다 더 끔찍하다. 그것은 비명이나 흐느낌보다 더 신경을 찢고 더 슬프다. 수백만 사람이 이 침묵 속에서 억압받고 있음을 나는 매 순간 깨닫는다. 그것은 고독의 정적과 전혀 다르다. 산, 호수, 숲에 정적이 흐르면, 마치 풍경이 휴식하고 꿈꾸기 위해 숨을 멈춘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정적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나를 괴롭히고 억압하는 이 침묵은 인위적이다.
침묵이 삼켜버린 수많은 행복한 사람에 대해 알게 되면, 모두의 자부심이자 신앙이었던 한 세기의 발전과 과학, 예술, 위대한 발명품을 쓸데없는 잔혹함으로 더럽힌 무리는 나중에 자책하며 부끄러워할 것이다. 그러므로 대화를 나눌 때도, 조용히 있을 때도, 낮에도 밤에도, 자신의 피를 한 방울 한 방울 흘려 그것을 말로, 호소로, 기도로 바꿨던 이들을 절대 잊지 말자.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언어를 빼앗기지 않았고, 육체가 폐를 통해 숨 쉬는 것처럼 우리의 영혼은 그 언어를 통해 숨을 쉰다. 영혼이 억압받으면 우리는 말을 통해 그것을 해방할 수 있고, 자신 있게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4000만 명의 형제들에게는 약자의 마지막 무기인 희망과 기도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수천의 가정, 수백만의 마음에서 이런 간절한 비밀 기도가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고 영원한 정의가 그들의 침묵의 외침을 듣게 되리라 뜨겁게 확신할 수 없다면, 삶은 내게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우리의 책들이 가장 먼저 불에 던져졌고, 우리를 시작으로 수천, 수만 명이 집과 보금자리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런 시련이 처음에는 괴로웠지만, 이제 우리는 더는 한탄하지 않습니다. 만약 독일 나치가 우리를 보호했거나 심지어 드높였더라면, 우리가 어떻게 이 미국과 같은 자유국가와 우리 자신 앞에 떳떳할 수 있겠습니까? 역사상 최악의 재앙을 세상에 가져온 자들과 명확히 갈라섰다는 데서 우리의 양심은 더 큰 자유를 느낍니다.
우리는 밝은 대낮에 별을 보지 못하듯, 삶의 신성한 가치가 살아 있을 때는 그것을 망각하고, 삶이 평온할 때는 삶의 가치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영원한 별들이 얼마나 찬란하게 하늘에 떠 있는지 알려면, 먼저 어두워져야 합니다. 몸과 숨을 분리할 수 없듯이 영혼과 자유를 분리할 수 없음을 인식하기 위해, 먼저 어둠의 시간이, 아마도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간이 우리에게 닥쳐야 했습니다.
이곳 자유국가에서 우리가 누리는 바로 이 자유가 우리 작가들에게, 우리 시인들에게 신성한 의무를 부과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의무일 것입니다. 이미 반쯤 파괴된 혼란스러운 세계 한복판에서, 이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도덕의 힘과 무적의 정신을 흔들림 없이 믿게 하는 것은, 오늘날 말과 글을 가진 우리의 사명입니다.
그러니 우리 함께합시다. 각자의 나라를 위해, 각자의 언어로, 각자의 작품과 삶으로, 이 의무를 완수합시다. 이 어두운 시절에 우리가 자기 자신을 믿고 서로를 신뢰할 때만, 우리는 명예롭게 우리의 의무를 완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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