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모두 저마다 추위에 대해 또 비에 대해 한마디씩 하며 서로 이게 무슨 의미냐고 — 이 날씨가 어떤 조짐은 아니냐고— 아니 또 이렇게 매운 날이 닥칠 줄누가 알았겠냐고 물었다. 아이들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학교로 갔고 엄마들은 고개를 숙이고 빨랫줄로 달려가는 데이제 익숙해졌거나 아니면 아예 빨래를 내다 걸 생각조차 안 했고 해지기 전에 셔츠 한 장이라도 말릴 수 있으리란 기대도 안 했다. 그러다가 밤이 왔고 다시 서리가 내렸고 한기가 칼날처럼 문 아래 틈으로 스며들어, 그럼에도 묵주기도를 올리려고 무릎 꿇은 이들의 무릎을 할퀴었다.

"속이 빈 자루는 제대로 설 수가 없는 법이지."

펄롱은 빈주먹으로 태어났다. 빈주먹만도 못했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끔 펄롱은 딸들이 사소하지만 필요한 일을 하는 걸 보며 예배당에서 무릎 절을 하거나 상점에서 거스름을 받으며 고맙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이 애들이 자기 자식이라는 사실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한 기쁨을 느끼곤 했다.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는 걸 펄롱은 알았다.

혹독한 시기였지만 그럴수록 펄롱은 계속 버티고 조용히 엎드려 지내면서 사람들과 척지지 않고, 딸들이 잘 커서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괜찮은 여학교인 세인트마거릿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도록 뒷바라지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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