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궐은 침침한데 시각이 더디구나.
조칙()은 이제 다시 내리지 않을 것이니
구슬 같은 눈물이 주르륵주르륵 얽히는구나.
새와 짐승들이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네.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버렸구나.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날 생각하니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어렵기만 하구나.
일찍이 나라를 지탱함에 조그마한 공도 없었으니
충(忠)은 아니요, 단지 인(仁)을 이루려 함이로다.
겨우 능히 윤곡(尹)을 따르는 데 그칠 뿐이요.
당시의 진동(東)의 행동을 취하지 못함이 부끄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