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눈부시다는 거짓말

우리는 공부하고, 과제 하고, 시험을 봤다. 운동하고, 시위하고, 파티 하고, 학생 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고, 비가 내리지 않는 날에는 너른 잔디밭에 누워 있기도 했다. 항상 바쁘고 할 일이 많았으나, 학교를 잘 다니다가 졸업하겠다는 목표에 집중한 상태였다. 수업마다 정해진 일정이 있고 기말고사가 있었다. 한 학기는 다음 학기로 이어졌고, 그러다가 졸업할 때가 됐다. 마지막 기말고사 기간이 지나고 가족과 졸업식에 갈 준비를 마치자마자 모든 게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난데없이 맞이한 우리의 상황은 이랬다. 거의 20년 동안 이어지던 학교생활이 끝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 관한 안내는 사실상 없었다.

행복하지는 않았다. 재정적인 생존을 제외하면 내가 하는 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었고,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도 없었다.

내면과 조응하면서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생을 꾸려가려고 애썼으나 실패하고 있었다. 내가 꿈꾸던 미래가 아니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한 이유가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서라니, 믿기 힘들었다.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막다른 길이었다. 마음속의 소음이 잦아들지 않았다. 내 중심을 찾을 수 없었다. 어마어마한 압박감에 지쳐버린 상태였지만, 내 걱정들이 하찮고 지겨워서 죽을 것 같았다. 내가 하는 일은 위기가 끊이지 않는 세상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내가 하는 일은 뚜렷한 행복감이나 목적의식을 선사하지 못했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은 몇 년이 지난 후였다. 그 당시 할 수 있었던 말은 이 책 속의 무언가가, 이 안에 담긴 생각이 내게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고 인생을 바꿔놓으리라는 것뿐이었다. 융이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은 내 삶 속의 경험과 깊이 공명했다. 과거에는 그 어디서도 접하지 못한 방식이었다. 융이자기만의 삶을 찾아내고 살아내야 할 필요성에 관해서 쓴 대목을 읽었을 때, 나는 내 끝없는 질문과 더 나은 삶을 향한 탐색이 옳다고 인정받은 기분이었다. 융이 완벽과 성취가 아닌온전한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을 때는 그 기분이 더욱 강렬해졌다. 오랫동안, 정말 오랫동안 느끼지 못한 깊고 지속적인 평온을 느꼈다.

쿼터라이프를 지칭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어휘는 성인기나 청소년기에 이런저런 수식어를 붙인 것뿐이다.연장된 청소년기extendedadolescence,어린 성인기youngadulthood,이른 성인기earlyadulthood,성장하는 성인기emergingadulthood 등등. 심리학 문헌을 살펴보면 각각의 용어를 향한 상반되는 관점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모든 용어의 공통점은 이 시기를 일종의 중간다리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인생의 20년 남짓한 기간이 ‘진정한’ 생애 주기 사이에 낀 전환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 무언가 중요한 일이 일어날 때까지 앉아 기다리는 로비 격이라는 듯한 태도다.

이 시기의 발달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는 또 다른 원인은 어느 시기든 특정 세대를 지칭하는 단어가 유행을 타면 다들 그 단어에만 집착하는 풍조다. 이렇게 한 세대에 꼬리표를 붙이는 행위는 그 세대가 쿼터라이프에 진입했을 때 이루어지고는 한다. 과거의 ‘밀레니얼’, 최근 ‘Z세대’를 보면 알 수 있듯, 특정 세대를 일컫는 말은 ‘요즘 애들’(이것도 흔히 쓰는 말이다)에게 주로 사용된다. 세대를 지칭하는 말인데도 그 세대만의 특징보다는 특정 나이대를 묘사하는 용도로 쓰이는 것이다. 이는 막대한 혼란과 오해를 낳는 심각한 문제다. 현재 많은 밀레니얼이 정확히 쿼터라이프 시기를 지나고 있고 나머지는 중년에 진입했다. 매일 더 많은Z세대가 쿼터라이프에 진입하고 있으나 대다수는 청소년기와 아동기에 머물러 있다.세대와 생애 주기는 같은 것이 아니다.
같은 나이대에 속한 사람들이 전부 똑같은 것도 아니다.

오랫동안 우리에게는 이 시기의 발달에 관한 이해가 필요했다. 문화는 끊임없이 변하고, 삶에 새로운 기술이 침투하며, 새로운 위기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 변화는 한 세대의 행동과 경험을 형성하겠지만, 인간의 발달과 건강의 기반을 재정의하지는 못한다. 이제20년마다 새로운 인구 집단과 행동 패턴에 관한 통계를 붙들고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자기만의 삶을 만들어내는 시대 불변의 과제에서, 세상의 변화는 이야기의 배경이지 이야기 그 자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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