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예술가들도 메트에서는 길을 잃을 것이다

우리가 "쇼"라고 부르는 이런 특별 전시회에서 근무하는 것을 대부분의 동료들은 꺼린다. "너무 서커스 같아." 누군가가 투덜거린다. 쇼를 경비한다는 것은 서로를 밀치거나 구시렁대면서 몰려드는 끝없는 관람객 무리를 관리하는 것인데 이건 대개 위엄 있는 분위기에 익숙한 B구역 경비원들에게는 악몽 같은이야기다. 나는 예외다. 특별 전시회에서 나는 전시실 안의 에너지, 작품이 종종 기대 이상이거나 혼란스러울 때 나오는 반응들,
"청색 시대!"라고 외치듯 속삭이는 사람들에게서 뭔가 신비로운 느낌을 받는다. 나는 B구역 대장에게 내키는 만큼 나를 특별전에 배치해달라고 말한다.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 그는 수락했고 그렇게 4개월 남짓한 기간에 200시간은 거뜬히 피카소의 드넓은 머릿속을 누비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몇 주 후 나는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근무 구역이 배정되기를 기다리며 《뉴욕타임스》 신문을 펼쳤고 파리에서 피카소, 마티스, 브라크, 레제, 모딜리아니 작품이 도난당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기사를 접했기 때문이다. 어느 도둑이 야밤에 혼자 창문을 깨고 침입해 총액 1억 달러 상당의 근대 예술품들을 챙겨 파리 16구로 사라져버렸다. 이 사건은 겉모습으로는 어떤 혼란에도 끄떡없을 것 같은 미술관이 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재차 상기시켜준다. 이곳은 자물쇠가 달린 금고가 아니다.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그 사실이 달라지지 않는 한 미술관은 사람들 때문에 생기는 모든 약점과 속임수에 맞서야 한다.

사람들은 화려한 옷차림의 바빠 보이는 사람들한테는 취하지 않을 태도로 경비원들을 대한다. 전시가 마음에 들 때는 곁으로 다가오며 우리가 평생 이토록 아름다운 걸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해한다. 전시가 예술인 척하는 콧대 높은 헛소리라고 생각할 때는 ‘당신과 나 빼고 모두가 이 개똥 같은 걸 좋아하는 것 같다‘는 메시지를 담은 눈빛을 보낸다. 아무래도 이건 유니폼 때문인 것 같다. 유니폼은 우리를 부자에게든 서민에게든 누구에게라도 공감해줄 것 같은 허름한 신사 정도로 보이게 한다. 거기에 더해 우리는 관심을 구걸하지 않는다. 우리가 만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쓰인 천박한 배지를 옷깃에 달고 있었다면 방문객들은 우리를 업신여겼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미술관 경비원들은 그런 배지 따위와는 정반대다. 우리가 침묵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은 누가 봐도 확실해 보인다. 그렇지만 누구라도 다가가서 방해해도 괜찮다는 것 또한 분명해 보인다.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한 관람객이 미동도 하지 않는 조지아의 얼굴 사진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갖다 대고 있다.
목격하는 순간에는 이것이 초현실적인 일처럼 느껴지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카메라 뒤의 남자는 그가 현실을 더 꽉 움켜쥐고 있는 기분이 들 것이다. 손 틈새로 금세 빠져나가버릴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우리는 소유, 이를테면 주머니에 넣어갈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것은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고, 우리가 보고 경험하는 것 중에서 아주 작은 부분만 소유할 수 있다면?
이런 생각에 이르자 갑자기 전시실 안의 낯선 사람들이 엄청나게 아름다워 보인다.

하루가 끝난 후 86번가에서 지하철을 탄 나는 우물처럼 샘솟는 연민의 마음으로 동승자들을 둘러본다. 평범한 날이면 낯선 사람들을 힐끗 보며 그들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사실을 잊어버리기 일쑤다. 그들이 나만큼이나 실존적이고 승리하고 또 고통받았으며 나처럼 힘들고 풍요롭고 짧은 삶에 몰두해 있다는 사실을. 입원해 있는 톰을 방문한 후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던 때를 기억한다. 누구라도 심술을 부리거나, 실수로 부딪힌 다른 승객에게 쏘아붙이면 그게 그렇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편협하고 무지해 보였다. 우리 모두 그럴 때가 있는데도 말이다. 오늘밤은 운이 좋다. 낯선 사람들의 피곤하거나 어떤 생각에 빠져 있는 얼굴들을 애정을 갖고 바라볼 수 있다.

우리 중 누구도 이 주제, 그러니까 이 세상과 그 모든 아름다움에 관해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한다. 미켈란젤로가 태어난 해와 죽은 해를 알지언정 막상 그의 작업실이나 페르시아의 세밀화가, 나바호족의 바구니 짜는 장인의 작업실 등등 예술의 현장에 가면 자신의 무지를 얼마나 압도적으로 실감하게 될 것인가. 심지어 그 예술가들조차도 거대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기 일쑤인 이 주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도 메트에서는 길을 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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