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1장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는 사람

미술에 관해 내가 아는 모든 건 부모님에게서 배웠다. 대학생 때 부전공으로 미술사를 공부한 어머니 모린은 자신의 아마추어적 열정을 형 톰과 누이 미아 그리고 나에게 전도했다. 우리는 적어도 1년에 몇 번씩 시카고 미술관으로 모험을 떠났다. 그곳에서 마치 도둑질을 준비하는 도굴꾼들처럼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들을 고르며 살금살금 걸어 다니고는 했다. 어머니는 시카고 극단 소속 배우였는데, 시카고 극단에 관해 조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화려하거나 영화롭기보다 근면과 굳은믿음으로 사는 삶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미술은 달빛 가득한 다른 세계에 속한다는 인상을 갖게 되었고, 여기에는 어머니의 영향 컸다.
아버지는 좀 더 완고한 사람이었지만 우리에게 나름대로 여러 교훈을 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근본적으로 예술만이 가진 특별한 힘에 반응하듯 그 위대한 그림에 반응했다. 다시 말해서 그림의 위대한 아름다움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음에도 이미 그것을 충분히 경험한 것이다. 그때는 내가 느낀 감상을 말로는 분출할 수가 없었다. 사실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었다. 그 그림의 아름다움은 언어적인 것이 아니라 물감과도 같이 과묵하고 직접적이며 물체적이어서 생각으로 번역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듯했다. 그래서 그림에 대한 나의 반응은 새 한 마리가 가슴속에서 퍼덕이듯 내 안에 갇혀 있었다. 그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늘 어려운 일이다. 이제는 경비원으로서 수많은 방문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 신비로운 감정에 반응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2008년 6월, 형이 세상을 떠나고 나자 나는 내가 아는 공간 중 가장 아름다운 장소에서,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일을 하는 일자리에 지원했다. 열한 살 때와 달리 이번에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생각지도 않으며 그곳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도착했다. 가슴이 벅차고 찢어지는 듯했다. 한동안은 그저 가만히 서 있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지난 몇 주 동안 형이 죽은 뒤 처음으로 내 삶이 방향을 잡았다고 느끼게 해준 일들을 지나오고 있었다. 지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고, 훈련을 받고, 뉴욕 주 운전면허 시험을 통과하고, 지문을 등록하고, 근무복 제작실에서 미술관의 재단사가 내 치수를 재고… 그리고 마침내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내가 할 유일한 일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망을 보는 것. 두 손은 비워두고, 두 눈은 크게 뜨고, 아름다운 작품들과 그것들을 둘러싼 삶의 소용돌이 속에 뒤앙켜 내면의 삶을 자라게 하는 것. 이는 정말 특별한 느낌이다. 기나길게 느껴진 몇 분이 더 지난 후, 나는 이것이 진정으로 나의 역할이 될 수 있겠다고 믿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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