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나라를 뛰어넘은 고귀하고 더없이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가 쓴 작품을 읽지도 않고 방치하는 독자의 어리석음과 그 불합리함은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그 대신 일반적인 독자는 단순히 갓 인쇄되고 잉크가 채 마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매일같이 나오는 평범한 졸작만 매년 파리떼처럼 수없이 생겨나는 그런 졸작만 읽으려고 한다. 이런 작품은 몇 년만 지나고 나면 영원히 지나간 시대와 함께 그 시대의 어리석은 생각을 비웃는 대상이 될 뿐이기 때문에 출판되는 그날부터 멀리하고 영원히 무시하는 것이 좋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몹시 낯선 상태로 나란히 존재하는 두 가지 형태의 저서가 있다. 하나는 참된 저작물이고, 다른 하나는 겉보기에만 그럴듯한 저작물이다. 참된 저작물은 영원한 저서가 된다. 학문이나 시문학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쓰인 이 참된 작품은 진지하고 조용하며, 또 아주 느린 걸음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이런 작품들은 한 세기를 통틀어 유럽 전체에서 12권도 채 나오지 않았지만 영원히 존재한다.
만약 책을 읽는 시간도 함께 구입할 수 있다면 책을 구입하는 것이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책을 구입하는 것과 그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을 혼동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목적은 있지만 그것과 자신의 사고 체계가 비슷한 사람들은 극소수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어떠한 것에도 객관적인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그 때문에 그들에게는 아무리 독서를 한다고 해도 남는 것이 없게 된다. 그들은 읽은 것을 그 어떠한 것도 간직하지 않는다.
"반복이란 연구의 어머니이다." 중요한 책은 그것이 무엇이든 곧바로 두 번 읽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사물의 맥락을 좀 더 잘 파악할 수 있으며, 끝을 알고 있으면 그제야 처음 부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두 번째 읽을 때는 처음 읽었던 것과는 다른 감정과 기분을 느끼게 되므로 전혀 다른 인상을 받게 된다. 그것은 같은 대상을 다른 각도로 보는 것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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