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명은 민중의 것이다. 민중이 혁명을 할 수 있다. 군인은 혁명 못 한다.아무 혁명도 민중의 전적 찬성, 전적 지지 전적 참가를 받지 않고는 혁명이 아니다. 그러므로 독재가 있을 수 없다. 민중의 의사를 듣지 않고 꾸미는 혁명은 아무리 성의로 했다 하여도 참이 아니다. 또 민중의 의사를 모르고 하는 것이 자기네로서는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해도, 또 사실 민중에게 물질적인 행복을 가져온다 해도, 그것은 성의는 아니다.
(…) 그러므로 민중을 앞에 두지 않고 꾸미는 혁명은 참 혁명이 아니다. 반드시 어느 때 가서는 민중과 관계가 나빠지는 날이 오고야 만다. 즉, 다시 말하면 지배자로서의 본색을 나타내고야 만다. 그리고 오래 속였으면 속였을수록 그죄는 크고 그 해악은 깊다.
1961년 함석헌(1901년~1989년)이 <사상계>에 쓴 <5.16을 어떻게 볼까?>라는 글의일부다. <사상계>는 1960년대를 상징하는 잡지로, 초기에는 의외로 5.16 군사쿠데타를 긍정적으로 봤다. 6월호 권두언에는 "5.16 군사정변은 부패와 무능과 무질서와 공산주의의 책동을 타파하고 국가의 진로를 바로잡으려는 민족주의적 군사혁명"이라고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함석헌은 일찍이 군사쿠데타의 위험성을 비판하며 혁명성을 부정했다. 함석헌은 박정희 정권은 물론 전두환 정권과도 싸우며 한국의 민주화에 큰 공헌을 했다. 또 ‘씨알 사상‘을 비롯한 독특한 사상 체계를 발전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