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문화/김춘수와 천상병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1922년~2009년)가 쓴 <꽃>이라는 유명한 시의 일부다. <행복>으로 유명한 시인 유치환의 결혼식 시동이 <꽃>의 시인 김춘수였다. 그리고 마산중학교 교사였던 김춘수의 눈에 띄었던 학생이 바로 <귀천>의 시인 천상병이다. 김준수와 천상병은 중학교 사제 관계이자 문학적 사제 관계였는데 이 둘의 인생은 참으로 대조적이었다.
김춘수는 모든 면에서 성공한 삶을 살았다. 첫 시집 <구름과 장미>는 시인 유치환이 서문을 썼고, <늪>이라는 시집은 서정주가 서문을 썼다. 당대 최고의 시인들이 김춘수를 주목했고, 그는 시인이 누릴 수 있는 수많은 영광을 누린다. 시문집을 잇달아 발표하며 시인뿐 아니라 평론가의 지위도 누렸으며, 국문학 교수, 시인협회 중앙위원은 물론 국회의원과 KBS 이사까지 역임한다. 김춘수는 릴케의 영향을 깊이 받았으며 철학적 시 쓰기의 지평을 열었다.
천상병의 시는 세련되지 않고 담백하다. 또 가난이라는 삶의 무게가 곳곳에 배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상병의 시는 순수하며 사람의 마음을 그윽한 경지에 이끈다. 천상병의 시 중에는 <귀천>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