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은 ‘행동, 행위, 방법 또는 합의를 위해 확립된 지침이나 규정’으로 정의된다. 이번 장에서 나는 이 따분한 정의를 집어 던지고, 규칙이 사실은 가정 내에서 극도로 영향력 있는 힘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한다. 개인으로서 그리고 가족 구성원으로서 당신이 지키고 사는 인생 규칙들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 나의 목표다. 아마 당신은 미처 인식하지도 못한 규칙들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매우 놀라게 될 것이다.
그냥 자리에 앉아서 가족의 규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새로운 경험이었으며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줬다고 말한 가족이 많다. 앞서도 말했지만,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가 내가 아는 걸 남들도 다 알고 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가족들이 이야기하는 모든 규칙을 종이에 적고 그에 대한 오해를 해소했다면, 다음 단계를 진행한다. 현재까지도 유효한 규칙과 이제는 별 쓸모가 없어진 규칙을 구분하는 것이다. 세상이 빨리 변하는 만큼 시대에 뒤떨어진 규칙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가정이 오래된 규칙을 고집하는 우를 범한다. 당신의 가정은 어떤가? 시대 변화에 맞춰 규칙을 새롭게 갱신하고 낡은 규칙들을 버릴 수 있는가? 양육적인 가정의 한 가지 특징은 규칙을 항상 최신 상태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어떤 감정을 갖든 그것이 인간적이고, 따라서 수용 가능하다는 규칙을 가지고 있다면 자아는 성장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행동이 용납된다는 건 아니다. 다만 감정이 환영받을 때, 다양한 행동 경로를 세우고 좀 더 적절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출생에서부터 죽음까지 인간은 두려움, 고통, 무력감, 분노, 기쁨, 질투, 사랑 등 다양한 감정을 끊임없이 경험한다. 감정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그냥 생겨나는 것이다. 가정생활의 모든 부분을 직접 접해보기로 스스로 마음을 먹으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즉 존재하는 모든 것이 대화의 소재가 되고, 인간적인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은 누구에게나 있다. 당신도 하나 정도는 몰래 품고 있지 않은가? 양육적인 가정은 이것을 단지 인간의 나약함을 상기시키는 요소로 받아들이며, 그에 대해 부담 없이 이야기하고 교훈을 얻는다. 반면 양육적이지 않은 가정은 비밀을 숨기느라 급급하고, 그것을 인간의 사악함을 상기시키는 기분 나쁜 요소로 취급하며 절대로 발설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런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으나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야기를 함으로써 식구들은 그런 어려움을 감수하고 상황을 이겨내며 심지어 개선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규칙은 가족의 체계와 기능에서 아주 실질적인 부분이다. 규칙을 바꿀 수 있다면 가족 간의 상호작용도 바꿀 수 있다. 당신이 지키고 있는 규칙들을 점검해보라. 이제 가정 안에서 당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좀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는가? 새로운 규칙을 받아들이면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오래되고 부적절한 규칙을 버리고 새로이 유용성을 알게 된 규칙을 더하라.
가정이라는 건축물에는 사랑과 더불어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어느 쪽도 저절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부부도 마찬가지다. 결혼 생활을 지속하는 방식이 희망과 꿈을 채워주지 못하면 사랑은 사라져버린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사랑을 밀어내는 것이 그 프로세스라는 사실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사랑이 식어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두 사람이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함께 생활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불행한 결혼 생활은 악몽과도 같을 수 있다. 나는 종종 결혼이란 마치 기업을 세우는 일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 성공 여부가 조직의 운영 방법, 즉 프로세스에 달렸다는 점에서다. 다시 말하지만 서로에 대한 이끌림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배우자와의 호흡, 결혼에 대한 기대치, 둘 사이의 의사소통 방식은 어떤 결혼 생활을 영위하느냐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사랑을 갉아먹고 파괴하는 또 다른 요인은 사랑이 동일성을 의미한다는 착각이다.
동일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차이점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란 불가능하다.
많은 사람은 차이점이 갈등 또는 싸움의 원인이라고 생각해 차이점을 두려워하도록 배우며 자랐다. "싸움은 분노를 뜻하고 분노는 죽음을 뜻한다. 그러니 살아남으려면 남과 달라지는 걸 피하라."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인간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모두 똑같다면 인생이 얼마나 단조롭고 재미없을지 상상해보라. 차이점은 흥분, 재미, 생동감을 가져다준다. 물론 종종 문제점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차이점에 건설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찾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어떻게 하면 다양성을 차별과 전쟁의 빌미가 아닌 학습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까? 현명한 부부는 일찌감치 서로의 차이점을 인식하고 받아들이고자 노력한다. 그럼으로써 자존감을 높이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를 가지며,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하기 위해 자극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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