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지체가 상호작용한다는 생각은 생소한 개념이었다. 특히 서양 의학에서는 이런 발상이 인정받지 못했다. 그 후 의사들은 정신, 감정, 신체 사이의 상호작용 부조화가 궤양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 자신에 대한 지식이 높아질수록 건강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인간은 원래 고귀한 존재다. 자신의 모든 지체까지 속속들이 이해하고 존중할 때 우리는 그 고귀함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의사소통은 인간 사이에 오가는 모든 것을 망라하고, 모든 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커다란 우산이다. 다시 말해 서로 주고받는 정보의 내용, 그 정보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방식과 활용하는 방식을 모두 포함한다. 또한 의사소통은 두 사람이 서로의 자존감을 측정하는 수단인 동시에 자존감을 높이거나 낮추는 도구이기도 하다.

인간관계가 원활히 유지되려면 한 단어를 같은 뜻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뇌가 입보다 훨씬 더 빠르게 돌아가기 때문에 우리는 내용을 압축해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대방에게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도 있다.

당신이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 애쓰는 동안은 마치 세 개의 링을 돌리는 묘기를 부리고 있는 것과 같다. 상대방의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당신이 느끼는 바에 대해 이야기할 자유를 의식하는 한편, 상대방의 말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활동에도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두 사람에게 일어나는 복잡한 내적 움직임으로, 거기서부터 의사소통이 시작되고 두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 이뤄진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면서 몰입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별로 듣고 싶지 않거나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상황일 때는 귀 기울이는 척하지 말라. 그냥 "지금 집중하기가 힘드네요"라고 솔직히 털어놓아야 한다. 그래야 오해가 일어나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 이것은 모든 상호작용에 해당하지만 특히 성인과 아이 사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의사소통에서 가장 흔한 함정은 남들이 자신의 모든 걸 이미 알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추측 역시 아주 흔한 함정이다. 추측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정확하지 않다. 그런데도 추측을 자주 하는 까닭은 서로 간에 불필요한 거리를 두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들의 말솜씨가 형편없다는 점도 한몫한다!

사람들은 특정 상황에서 특정한 말을 하는 데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서 반응이 자동으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표현 과정에서 일어나는 왜곡도 하나의 함정이다. 사람들은 보거나 들은 걸 묘사함으로써 마음의 그림을 확인할 수 있다. 묘사를 하는 데는 판단적judgmental 언어와 서술적descriptive 언어가 있다. 사람들은 서술을 의도하면서도 은연중 판단적인 단어를 포함함으로써 그림을 왜곡하곤 한다.

나는 가족들에게 지금까지 설명한 교육적인 연습 활동을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 실시하라고 권한다. 가장 우선적이고 기초적인 의사소통 학습은 가정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서로 내적 공간의 움직임을 공유하면, 두 가지 중요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하나는 상대방을 진정으로 잘 알게 돼 더욱 친숙해질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의사소통을 훌륭한 도구로 사용하여 양육적인 가정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반응할 때와 자존감이 감소했다고 느낄 때 회유placating, 비난blaming, 계산computing, 혼란distracting 등 네 가지 유형을 보였다.
이 유형들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자존감을 확고히 발달시키지 못한 사람일수록 자존감이 쉽게 바닥난다는 걸 알게 됐다. 자아에 확신을 갖지 못하면 남의 행동과 반응을 바탕으로 자신을 정의하기가 쉽다.

자존감에 대한 확신이 적은 사람은 이 함정에 빠지기가 쉽다. 나는 당신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토대로 자신을 정의하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여 자신을 이해하기를 바란다.

자존감이 바닥날 때 당신의 내면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알고 있는가? 나는 속이 뒤틀리고 근육이 긴장되며, 숨을 쉬기가 힘들어지고, 때로는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동안, 나는 자신과의 대화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럴 때 내면에서는 ‘누가 나 따위를 신경 써줘?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나는 별 볼 일 없는 존재야’ 같은 말이 오간다. 내가 당혹스러움·걱정스러움·무능력함·쓸모없음·두려움 등을 느낀다는 뜻이고, 한마디로 내 솥이 바닥을 보인다는 얘기다.

당신이 말을 할 때는 당신의 전부가 말하는 것임을 기억하자. 입을 벌려 말을 할 때마다 얼굴, 목소리, 몸, 호흡, 근육도 함께한다는 이야기다.

수평형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의도치 않은 어떤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즉시 사과한다. 존재에 대해서가 아니라 행동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판과 평가도 사람 자체가 아니라 행동을 대상으로 하기에 수평적인 방법으로 이뤄진다.

수평형에서는 말과 행동이 일치한다.

수평형은 부분적이지 않고 완전하다. 예를 들면 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입만 아주 약간 움직이는 계산형과 달리, 행동·생각·느낌이 모두 겉으로 나타난다. 또한 통일성, 유연성, 개방성을 보이고 활력 있는 삶을 살아간다. 누구라도 이런 사람들에게는 신뢰를 갖게 될 것이며, 곁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오랜 행동 습관을 버리고 수평형 인간이 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한 가지 방법은 수평형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두려움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거절을 몹시 두려워하기에 그걸 피하려고 다음과 같은 식으로 자신을 위협하는 경향이 있다.

수평형으로 반응하는 사람이 되려면 배짱, 용기, 믿음 그리고 몇 가지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그걸 가짜로 꾸며낼 수는 없다. 사람들은 솔직함, 성실함, 신뢰에 굶주려 있다. 그들이 그걸 깨닫고 직접 실천할 용기를 낼 때 타인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외로움, 자포자기,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 낮은 자존감, 무기력함은 이 세상에서 인간을 병들게 하는 진짜 악이다. 어떤 의사소통 방식은 이 상태를 지속시키지만, 그걸 바꿀 수 있는 의사소통 방식도 있다. 바로 수평형 의사소통 방식이 그렇다. 이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면 어떻게 사용하면 좋은지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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