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신체 언어와 행동은 생각과 감정을 반영한다. 우리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면 에너지가 축적된다. 이 에너지를 긍정적이고 조화롭게 사용할 때, 우리의 자아는 삶이 안겨주는 여러 과제를 창의적·현실적·열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좋아할 때 품위, 정직, 활력, 사랑, 현실의 관점에서 인생을 마주할 수 있다. 이것은 자존감이 높은 상태다.
반대로, 자신에 대해 쓸모없다거나 혐오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에너지가 흩어지고 분산된다. 자아는 약해져 패배자, 희생자가 된다. 이런 사람은 심리적으로 자신이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고, 타인에게서 거부당할지 모른다는 위협에 끊임없이 시달리며, 자신과 타인과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이것은 자존감이 낮은 상태다. 자신이 가치 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남편이나 아내, 아들, 딸 등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가치를 부여해주기를 기대한다. 이것은 끝없는 조종으로 이어지고, 대개는 누구에게도 이로울 것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가치 있게 여겨야 한다. 혹시 이 말이 충격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에게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이기심을 뜻하며, 이는 곧 타인을 배척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흔히 남들과의 대립을 피하려면 자기 자신이 아니라 남을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이것은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지기 쉽다. 게다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자신을 사랑함으로써 남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는 증거는 수없이 많다.
자존감과 이기심은 같은 게 아니다. 이기심은 우월감의 한 형태로 ‘내가 너보다 낫다’라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가치의 표현이다. 자기 자신을 가치 있게 여길 때 남도 똑같이 가치 있게 여길 수 있다.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타인을 부러워하거나 두려워하기 쉽다.

자존감이 견고한 사람일수록 행동을 바꾸어야겠다는 용기를 갖고 그 용기를 유지해나가기가 쉽다. 자신을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이것저것 요구하는 게 적고, 그 덕에 신뢰를 얻는다. 타인과의 관계를 굳건히 쌓아가는 사람일수록 그들을 더 많이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남을 더 많이 이해할수록 그들과의 유대감과 연결고리도 더욱 튼튼해진다. 이런 연결고리가 개인 간의 관계에서 집단, 국가로 점차 확대된다면 세상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인간에 관한 다음 두 가지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 모든 사람에게는 지문이 있고 각 지문은 오직 그 사람에게서만 나타나는 고유의 문양을 지니고 있다. 나는 이 세상을 통틀어 유일한 사람이다. 따라서 나는 어떤 식으로든 남들과 다른 게 당연하다.
? 모든 인간은 발, 팔, 머리 등 기본적으로 동일한 신체 구성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들은 다른 사람들의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내가 고유한 존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나는 남들과 다르기도 하고 같기도 하다.

이 두 관점은 자존감을 키워나가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사람은 스스로 탐구해나가야 하는 대상이다. 누구도 타인에게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살라고 요구할 수 없다. 자녀에게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살아가라고 하거나 부모에게 자녀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라고 요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
내가 남들과의 동일성과 차이점을 동시에 가진 고유한 존재임을 인정할 수 있을 때, 나를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는 행위를 멈출 수 있다. 나아가 자신을 판단하고 처벌하는 행위를 중단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모든 부분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높은 자존감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다. 자신이 고유한 존재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해 자신에게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사람이 많다. 자신을 남들의 시선이라는 틀에 꿰맞추며 남들과 똑같아지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그 예다.

어쩌면 부모의 가장 큰 숙제는 성심성의껏 씨앗을 심고 그 씨앗이 어떤 식물로 자라날 것인지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식물이어야 한다는 고집이나 선입견을 버리고, 싹을 틔워 자라나는 식물이 그 자체로 고유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자녀는 양쪽 부모 및 다른 인간들과의 공통점뿐만 아니라 차이점도 지니게 될 것이다. 이때 부모는 재판관이 아니라 발견자, 탐험가, 탐정이 되어야 한다. 시간을 들여 끈기 있게 관찰하면 세상에 태어난 보물에 대해 세세히 알아갈 수 있다.

아이를 혼란스럽게 하는 건 부정적인 사건만이 아니다. "오늘 할머니가 오신단다" 또는 "아빠가 회사에서 승진했어" 같은 긍정적인 사건도 혼란을 줄 수 있다. 사건은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정서적 분위기를 결정짓는다. 그러니 아이에게 그런 이야기를 할 때도 설명을 덧붙이기 바란다. 유아는 별도의 도움이 없으면 사건과 정황, 자신과 사건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아이가 무슨 일인지 알 수 있도록 명백하게 말로 설명해주어야 한다.

어린아이가 자존감을 키우도록 돕는 또 다른 방법은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때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고 사랑스럽게 어루만지며 ‘나’와 ‘너’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충분히 시간을 갖고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충실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딴생각을 하면서 건성으로 응해서는 안 된다. 이런 지침들은 당신이 자녀와 온전히 공감하고 성공적으로 애정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가 동일성과 차이점을 떠올리도록 유도함으로써 자존감을 학습시킬 수도 있다. 이때는 경쟁이나 비교가 아니라 발견이라는 맥락에서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의 관심사를 자극하는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주고, 아이가 성취감을 느낄 때까지 끈기 있게 인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당신은 부모로서 훈육 방식을 통해서도 아이에게 자존감을 가르칠 수 있다. 아이의 자존감을 강화할 필요성을 인식하는 동시에 현실성을 잃지 않을 때, 당신의 노력은 행동을 교정해야겠다는 용기와 힘으로 이어질 것이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지도에 잘 반응한다.

이 모든 가능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은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사랑스러운 손길로 어루만지면서 조용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이제 장난감을 치울 시간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울러, 아이가 장난감을 치우는 동안 곁에서 격려를 해줌으로써 이 일 전체를 하나의 즐거운 학습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자존감을 지지해주면 아이가 잘못을 뉘우치고 자기 행동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훈육을 학습의 기회로 삼는 방법이다. 어쩌면 아이의 자존감에 가장 파괴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아이에게 부끄러움과 모욕감을 느끼게 하고 아이를 처벌하는 어른들일지도 모른다.

성장하면서 학습한 낮은 자존감 탓에 성인이 되어서까지 곤란을 겪는 부모가 많다.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는 것을 가르치라니 부담감이 앞설 수도 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점은 자존감은 나이를 불문하고 언제든 재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자존감이 낮음을 깨닫고 현재 상태를 적극 인정하며 변화를 도모하는 사람은 순조롭게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자존감을 계발하는 데는 시간, 끈기,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이런 노력에 투자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가치를 개발하는 한편, 잠재되어 있는 방대한 재능을 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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