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도록 다채로운 지구의 다른 생명체는 퀴팅을 따르는데, 왜 인간은 그토록 그릿을 복음처럼 추종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멈추고 예기치 않게 회피하며 약삭빠르게 후퇴하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다시 계산하고 영악하게 해결책을 찾으며 신중하게 재도전한다. 몸을 말거나 회전하거나 정반대로 뒤집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즉, 다른 동물들은 주기적으로 그만둔다. 그렇다고 그만두는 것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생존에 가장 좋은 방법은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는 자명한 이치다. 비효율적인 일에 낭비되는 자원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우리는 효과적인 것을 추구하고 결과에 더 관심을 둔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길을 좇고 싶은 충동과 퀴팅이라는 단순한 행동 사이에 무언가가 끼어들어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곧 퀴팅이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은 길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이 이해하기 힘든 수수께끼에 흥미를 느꼈다.
왜 우리는 그만두는 것이 옳은 경우에도 그만두지 못할까?

퀴팅은 기술이자 생존 기법이다. 인간의 정의와 달리 퀴팅은 도덕적 실패가 아니다. 또한 그만두고 싶은 충동에 저항하는 것이 반드시 용감하거나 고귀한 행위도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자연 속 생명체는 끈기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어떤 행동으로 얻는 것이 없거나 그 행동이 존재를 지속하는 데 위험하다고 입증되면 그만둔다.

기본적으로퀴팅은 ‘다른 행동에 착수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중단하는 것’이다.

그릿은 실체가 있는 보상이 보장되는지 여부와 관련이 있다.

식물과 동물은 노력 대비 최대수익률을 올려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는다. 그리고 그 수익률은 몹시 가혹하다. 따라서 모든 동작과 의사결정이 생존이라는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

영웅에게 어울리는 선택, 즉 회복력 있는 선택은 인내가 아닌 그만두기였다.

동물은 어떤 일이 효과가 없으면 그 일을 하지 않고 멈춘다. 이때 요란하게 소란을 떨거나 핑계를 대지 않는다.인간은 그만두고 나서 괜히 마음 졸이며 고민하는 유일한 생명체다.

우리 몸은 그만두어야 할 때를 알려주도록 설계되었다.[ 20 ] 몸을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몰아넣으면 경고 수위는 더 높아진다. 몸은 우리에게 그만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데, 그 메시지는 크게 사이렌을 울리고 빨간 불빛을 번쩍이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왠지 죽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지금 하는 행동이 괜찮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면, 우리 몸과 영혼에 제대로 영양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머릿속에 그린 가치와 기준에 따라 살고 있지 않다면, 건강과 행복 전반에 대참사가 일어난다.
그만두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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