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비난은 기능 장애를 불러오고 우리의 삶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만약에 우리가 자신 혹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다면, 과거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되고, 분노의 감정이 종결되지 않으므로 우리는 슬퍼할 수 없다.

길들여지거나 친밀한 관계는 우리를 상실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지만, 충분히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

사람들은 바위를 산 정상으로 한 번에 완전히 밀어 올릴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심리적으로 부재하는 가족을 돌보는 데 쏟는 노력이나, 실종자가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실종된 사람에 대한 소식을 끝없이 기다리는 사람들이 고난의 시간 속에서 희망과 낙관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은 헛된 일이 아니다. 실제로 그들은 낙관적이고 창의적이며 유연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모호함의 한가운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시인들은 항상 모호함이 불안감을 유발하는 동시에, 매우 매혹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의 인간관계가 그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다는 걸 어느 정도는 간파했기 때문일 것이다.

모호한 상실은 우리가 경험하는 강도 높은 스트레스임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긍정적인 결과도 안겨준다. 혼란과 분명함의 결핍 속에 창의적인 생각의 기회와 해결을 위해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존재 방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모호한 상실은 분명히 파괴적이고 지속적인 정신적 충격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적절한 지원과 회복력을 갖춘 일부 사람들은 이 경험을 평생 어려운 환경에서 어떻게 자신이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우는 기회로 활용하며, 상실한 것을 애도하는 동시에 여전히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균형적인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모호함은 사람들로 하여금 안정성에 덜 의존하게 하고 자연스러움과 변화에 더 익숙하게 한다. 그러나 이 경지에 이른다는 것은 특히나 책임지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두려운 일이다. 모호한 상실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는 그것을 놓아주는 것이 과제가 된다. 우리는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우리는 한 상황에 고착되거나 정지 상태에 머무는 것을 피하고자, 그렇게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상실과 모호함 모두 인간 경험의 핵심 요소이며, 그래서 이 둘이 종종 ‘모호한 상실’로 합쳐지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확실성의 부재는 일반적인 상실보다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자유가 있으므로, 유리한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남겨진 가족 구성원들은 그들의 상실을 계속 이해하려고 애쓰기 때문에 환자보다 종종 훨씬 더 오래 모호함을 겪는다. 그들의 임무는 안갯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위험을 무릅쓴다. 점진적으로, 그들은 상황에 익숙해져 가며 결정을 내리고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은 종종 자신들의 비극적인 상실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무언가를 행동에 옮긴다.

우리는 끔찍한 질병이나 정신적 충격으로부터 발생하는 커다란 모순들뿐만 아니라 현대 가정생활에서 흔히 마주치는 일상적 모순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하루하루 맞닥뜨리는 모호한 상실에 편안해지면 더 심각한 모호함을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리는 모호한 상실의 원인이 바쁘고 부재한 부모의 경우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이 점점 더 향상되어 삶을 모방하거나 생명 연장은 물론 인공 수정까지 할 수 있게 되었고, 일과 가정생활의 병행으로 일상 속에서 부재와 존재의 계속된 혼란을 느끼는 모호한 상실 현상들이 가족 내에서 극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혼란은 증가했다. 이런 현상들은 오히려 우리에게 확신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와 함께 가능한 한 긍정적으로 사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일깨워준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절대적인 분명함이 아니라 오히려 모호한 상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모호한 상황에서 명확함을 얻기를 바란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가 그러하듯, 이 시도는 실패할 것이다. 이러한 딜레마에 빠졌을 때, 우리에게 남겨진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모호한 상실을 감수하며 살아갈 것인가이다. 우리 각자의 답은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한 경우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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