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명문장/오래 걸리는 것은 상관이 없다.

"(...) 밤은 만물 중에 가장 늦게 열리는 것이오. 심지어 자라기가 무척 어렵지만 일단 자라면 쉽게 커지며, 잎이 몹시 늦게 피지만 일단 피면 쉽게 무성해지고, 꽃도 늦게 피지만 쉽게 활짝 피며, 열매도 몹시 늦게 열리지만 열렸다 하묜 거두기 쉽다오. 밤이라는 물건도 기울면 차고 겸손하면 이익이 생기는 이치를 가지고 있소"
윤 공은 나와 같은 해 과거에 급제했는데, 그때 나이가 서른 남짓이었다. 마흔이 넘어서야 겨우 벼슬 한 자리를 얻었기에 사람들이 모두 늦었다고 여겼다. 그러나 공은 부지런히 벼슬에 종사했다. 그러다가 예전 임금께 인정을 받아 하루에 아홉 번 승진해 재상의 자리에 올랐다. 마치 손대지 않았는데 무성하게 자란 나무와 같았다. 처음 벼슬에 오르기는 어려웠지만 나중에 성취를 이루기는 쉬웠으니, 늦게 꽃을 피우고 늦게 열매를 맺는 밤나무와 같은 점이 있다. 나는 이치로 설명하고자 한다.
(…) 느린 것은 반드시 빨라지고 멈춘 것은 반드시 먼 곳에 도달하는 것이다.
-백문보, <동문선> 중

백문보(1303년~1374년)가 과거에 합격한 동기 윤택을 위해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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