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의 반응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건강한 간병인들조차 장기간의 모호한 상황에 직면하면 자신의 삶을 관리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지면 무력감을 느끼게 될 뿐만 아니라, ‘실제’로 무력해진다. 많은 사람이 이로 인해 우울증을 겪는다. 하지만 우리는 존과 같은 사람들로부터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질병에 대처하는 데 꼭 비탄에 빠져 지낼 필요가 없음을 배운다. 존은 매번 위기에 직면했으나 적절한 결정을 내려서 대처했고, 상황이 심각하지 않을 땐 휴식을 취하거나 휴양을 하고, 공동체와 이웃들로부터 지속적인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주변 사람들이 모호한 상실을 정신적 외상을 초래할 정도의 상실로 이해하지 않는다면, 의미 있는 도움은 기대하기 힘들다

불행하게도, 모든 공동체가 간병인이 필요한 것까지 헤아리지는 못한다. 오히려 그들의 나약함을 탓하거나 도움의 손길을 묵인하는 경향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상실감은 우리 자신의 취약성을 상기시켜주므로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다.

모호함이 줄어들 때의 비통한 감정은 점차 건강한 방향으로 극복될 수 있다.

가족들의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상황을 부정하는 것은 가끔 도움이 될 순 있지만, 사실 자체를 무효화시키거나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 정도라면 오히려 해롭다.

외상후 일시적 충격이 신체를 보호하듯, 부정 반응은 잠재적 상실로 인한 혹독한 심리적 현실로부터 잠시 분리되게 만든다. 또한, 불확실한 부재나 존재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고통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절대적인 사고의 틀 안에 갇히면 높은 대가가 뒤따른다. 양쪽(누군가를 너무 빨리 포기하거나, 또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끝에서 부정은 궁극적으로 모호한 상실에 직면한 가족들이나 부부에게 스트레스를 덜어주기보다는 오히려 가중하는 결과를 안겨준다. 결국, 상황은 무효화되고 분리되며, 누가 부재하고 존재하는 것인지 개인적인 해석 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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