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소(黃巢)에게 고한다. 대저 바른 것을 지키면서 떳떳함을 닦는 것을 도(道)라 하고, 위기를 당하여 변통하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 지혜 있는 자는 시기에 순응해 공을 이루고, 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슬러 패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즉 비록 백 년의 인생 동안 생사(生死)는 기약할 수가 없는 것이나, 만사(萬事)를 마음으로 판단하여 옳고 그른 것은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 공경하게 타이르는 말을 받들어서 간사한 꾀를 거두어라. 너는 본시 변방의 백성으로 갑자기 사나운 도적이 돼 우연히 시세를 타고 감히 강상을 어지럽게 했다. 마침내는 이에 화심(心)을 가지고 황제의 자리를 농락하는가 하면 도성을 침범하여 궁궐을 더럽혔으니, 이미 죄는 하늘에 닿았으므로 번드시 패망하여 간과 뇌가 땅바닥에 으깨질 것이다.
아, 요순(堯舜) 이래로 묘(猫)나 호(扈)가 복종하지 않았으며, 불량한 무리와 불의불충(不義不忠)한 무리와 너 같은 무리가 하는 작태가 어느 시대인들 없었겠는가. (・・・) 잠깐 동안 못된 짓을 도모하다가 마침내 더러운 종자들은 섬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