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의료 종사자들조차도 모호한 상실로 고군분투하는 가정을 항상 확신을 가지고 대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가족에게 미래에 대한 질문의 대답으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할지라도 침묵보다 더 환영받으며,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서로 인식할 수 있다. 만약에 답이 없을 때, 만성 질병에 시달리는 가족을 돌보고 있는 가정이라면 그들에겐 모호함에서 비롯되는 감정들을 정리할 수 있게 해주는 도움이 절실하다.
우리 모두의 목표는,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모호함의 한복판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의 연구 목표는 항상, 떠났지만 여전히 곁에 존재하는 가족 구성원을 돌봐야 하는 가족의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모호한 상실은 만성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일상 속 불분명한 작별로부터 생겨날 수도 있다. 흔한 예가 일에 대한 집착이다. 우리에게 소중한 이가 지속적으로 일에만 집착한다면 그가 실제로 우리 ‘곁’에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정서적으로 서로를 인식하는 정신적 교감을 함께 나눌 수 없다면 심리적 가족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대화하고, 웃고, 다투고, 경험을 공유하고, 애정 표현을 하는 그런 시간조차 없는 가족이라면 그들은 단지 같은 냉장고를 쓰는 사람들의 집합체일 뿐이다.
의사들은 종종 해결되지 않은 슬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항우울제를 처방한다. 대부분의 경우 확실히 도움이 되지만, 모호한 상실감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가족 구성원들에게는 충분하지 않다. 만약 전문 심리상담사들이 환자들을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영위하도록 돕고자 한다면, 먼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들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에 관해 묻고, 확실한 증상들?혹은 그 증상자?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육체적 또는 심리적 증상을 보일 때 숙련된 의사의 정기적인 평가가 필요하지만, 그들의 가정생활도 반드시 함께 살펴보고 총체적으로 고려해야만 한다. 가족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환경이다. 따라서 가족 안에서 발생하는 확실한 상실이나 모호한 상실은, 자신의 고통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최상의 방법을 결정하는 데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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